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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재해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상정보의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기상정보 생산의 핵심은 정확한 기상관측에 있다. 하지만 현재 자동기상관측장비 이외의 대부분은 미국·독일·핀란드 등 값비싼 외국산 장비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 기상산업 발전을 위해 저조한 장비 국산화율을 높이고 수출산업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아직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기상장비 국산화율이 저조한 이유로는 선진국 대비 큰 기술 격차와 개발 인프라 부족을 들 수 있다. 또 수출시장 개척 부진도 꼽힌다.

 

그 결과 국내 기상산업은 기상청에서 발주하는 장비를 해외에서 들여와 납품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기상관측 장비에 대한 수요가 국내로 한정돼 있는데다 기상관측 장비를 사용하는 부서들은 이미 검증된 외국산 장비를 선호한다. 기상업계에서 끊임없이 잡음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좁은 내수 시장에서의 과당경쟁’ 때문이다.

 

기상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3월 현재 국내에 등록된 기상업체는 모두 199개사다. 이 중 장비분야로만 등록된 업체는 무려 178개사에 이른다. 분명 대다수의 기상업체가 장비회사지만 기상청이 실시한 기상장비 국산화율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상장비의 국산화율은 평균 29%에 불과하다.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온도계, 습도계, 풍속계 등은 이미 국산화가 된 상태다. 하지만 초음파송수신부, 안테나, 레이다 등의 첨단·대형 기상장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기상제품 선진시장 진출은 물론 기상 후진국에 대한 장비 및 기술 판매 확대를 위해서도 국산화율 제고와 수출산업화는 시급하다는 게 기상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수입 기상장비를 국산장비로 대체한다면 국가 예산 절감뿐만 아니라 기상산업 활성화로 인한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정책주도형 성장이 불가피한 국내 기상기후산업의 특성상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나 여타 산업에 비해 동반성장 지원 정책도 제대로 수립돼 있지 않다.

 

그나마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기상산업진흥원은 지난해 국내 15개 기상업체들로 하여금 기상기업수출협의회를 구성토록 했다. 기상기업의 수출증진을 도모하고 업체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초대 기상기업수출협의회장을 맡은 정한전자 남재현 회장은 “내수 시장의 활성화와 장비 및 기술 판매 확대를 위해서라도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 공략의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내 기상기술과 IT기술을 접목해 기상장비 같은 단일 품목보다는 다양한 시스템 구축사업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향후 공동브랜드 사업추진 및 공동 R&D 사업추진, 해외시장 공동입찰, 프로젝트 공동사업 등을 통해 국내 기상산업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상기업들의 수출 활성화 및 기상산업 발전을 위해 설립된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은 지난해 6월부터 본부장 대행체제로 운영되다 이달 1일 가까스로 원장(이희상)이 선임됐다. 그동안 기상산업 발전을 위한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였다.

 

업무대행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수출 진흥과 기술사업화 지원에 대한 기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얘기가 많았다.

 

실제 몇몇 기상업체는 기관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해외 시장 판로 개척을 추진하기도 했다. 기술사업화 지원과 관련해서도 올해 기상 R&D예산 대부분이 기술사업화보다는 학계나 논문 등 순수기술 연구에 활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기상청 R&D 연구비 구성 현황을 보면 기술상용화를 위한 연구비 비중은 4.4%에 불과하다. 연구 수행주체도 학계 64.7%에 비해 산업계는 9.6%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 기상장비 국산화 역시 말뿐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실제로는 자신들의 출신 대학에 연구비를 안겨준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그동안 라이다 장비와 지진장비 등 입찰 관련 비리가 부각되면서 진흥원 주요 업무가 기상청으로 이관될 것이라는 분석도 업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듯 기상업계 관계자들이 볼멘소리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한 기상장비업체 관계자는 “기상청과 진흥원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제품을 적극 구매해 줘야 한다”며 “기상청 등에 대한 납품실적은 해외 입찰 시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상산업 육성을 위해 기상장비 국산화를 하자고 하면서 정작 국내 기상청이나 관공서에서는 해외장비를 선호해 국산화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기상업체들도 국내 시장은 좁지만 해외 시장은 넓다는 인식을 갖고 지금보다 해외 시장의 파이를 키워 기업들이 서로 나눠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기상청에서 큰 범위의 전 지구 예보부터 작은 범위의 동네예보, 수요자맞춤형(레저·보건·항만 등) 예보까지도 다루고 있다”며 “이는 인력이나 장비 등 모든 면에서 볼 때 여건상 민간 기상사업자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예보서비스가 대국민 무료 서비스인 점을 감안할 때 외국의 경우처럼 기상청은 큰 범위의 예보(전지구·지역)만을 제공하고 나머지 분야는 민간기상사업자들로 하여금 유상 서비스를 하는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며 “그래야 장비 발전과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기상산업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kth1984@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