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8일 열린 국회 환노위 기상청 국감 현장 <사진=국회방송 캡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가 18일(금) 기상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번 기상청 국정감사의 주요 의제는 기상관측장비 입찰비리 의혹, 기상청 내 학연·지연 등 유착관계, 기상산업진흥원의 폐지 검토 등에 관한 것이었다.
다수의 여·야 환노위 의원들은 “이 같은 문제들은 기상청의 관리 소홀과 책임의식 부재, 미흡한 사후대응이 만들어낸 악재”라며 신임 고윤화 청장을 비롯한 기상청 간부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상관측장비 입찰 비리 의혹과 관련한 문제점들이 국정감사의 도마에 올랐다. 환노위 의원들은 ‘기상관측장비 입찰비리 의혹’과 ‘기상청 내 유착관계’ 등의 사실 규명을 위해 많은 질의를 했다. 지난해 당시 기상청장이 경찰에 소환되고 관련 기관 및 업체들이 압수수색을 받은 만큼 이 문제는 이번 기상청 국감에서도 큰 이슈가 됐다.
먼저 기상산업진흥원이 지난 5월 지진관측장비를 입찰한 NDS(농심데이터센터컨소시엄)를 적격업체로 선정한 것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기상산업진흥원이 지진조기경보관측장비 구매사업 과정에서 규격에 미달되는 항목이 다수 있는 지진관측장비를 제안한 NDS(농심데이터센터 컨소시엄)의 제품 규격을 허위로 작성해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하면서 특혜를 줬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NDS는 지진 장비를 만들어 본 적도 없는 회사고, 20억 원에 사업 발주를 했는데 11억 원에 낙찰이 됐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고 해당자를 고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기상청의 기상관측장비 구매절차를 분석해보니 모든 절차를 기상청이 담당하고 구매 과정 중 어떠한 외부기관의 평가와 검증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히 장비구매절차의 과정 중 하나인 일상감사도 일반경쟁 입찰에 의해 계약이 체결될 경우 감사를 면제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의원은 “올해 5월 문제가 됐던 지진관측장비 역시 일상감사를 면제 받았다”면서 “신임 기상청장은 반복되는 장비도입 관련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장비도입절차를 투명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해 라이다 입찰 비리에 이어 올해도 지진관측장비 입찰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며 “무엇보다 기상청 장비 구매업무의 근본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불거진 라이다 기상 장비 사업에 관한 질의도 이어졌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기상장비의 납품과 선정에 있어 원칙과 규정대로 처리하는 것만이 이러한 일들이 재발되는 것을 방지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찾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라이다 기상장비와 관련해 항공기상청과 특정업체(탈락사)의 유착관계가 포착됐다”면서 “검사·검수 진행과정에서 항공기상청 장비 담당자가 진흥원의 구매업무에 부당개입하고 협박한 증거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비리와 유착으로 점철된 기상청의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면서 “기상청이 기상산업진흥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기상진흥원의 구매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않도록 관련 법규의 수정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은 “이번 계기를 통해 기상청은 불법행태와 학연, 지연의 유착을 끊고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국가기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도 “지금 기상청의 각종 비리는 조직 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라며 “기상청 5급 이상 승진자 가운데 40%가 S대와 Y대 특정학과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 이종훈 새누리당(오른쪽) 의원의 질의를 고윤화 기상청장이 듣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이어 그는 “기상청의 각종 비리 사건마다 등장하는 Y대와 S대의 파벌이야기는 인사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 준다”며 “특정 파벌이 독점하는 내부 인사시스템과 퇴직 후에 외부용역사업의 40% 이상을 수주하는 구조는 원전비리를 떠올리게 한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이 기상청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5급 이상 승진자 80명 중 40%에 해당하는 32명이 두 대학의 대기과학과와 기상학과 출신이었다.
이 의원은 “장비 도입과 인사 등에 관한 구조적인 문제를 철저히 파헤치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용교 새누리당 의원은 “실제 민간기상 활성화라는 본연의 목적달성에 실패하고 있는 기상산업진흥원의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잦은 비리 발생의 원인 중 상당부분은 ‘기상’이라는 부문의 폐쇄성에 기인한다”면서 “장비구매 권한을 진흥원에게 넘김으로서 비리를 차단하고자 했으나 오히려 구매단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비용 지출만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 의원은 “진흥원을 폐지함으로서 구매단계를 축소해 비용을 절감하고, 기상청이 직접 구매·입찰에 따른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를 과소평가하고 지진 측정의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당시 기상청은 핵실험으로 인한 지진규모를 4.9로 발표했지만 미국 지질조사국과 독일 연방지질자원연구소보다 각각 0.2와 0.3 규모로 과소 측정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 의원은 “기상청이 지진 규모를 과소평가해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내진설계 기준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최근 보령 앞바다에서 100여 차례의 지진이 잇따랐고 규모 3.0 이상 지진도 3회나 발생한 만큼 지진 관측망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이번 국감에서는 ▶기상청 산하 기구인 기상기후아카데미와 관련한 의혹 ▶기상장비 R&D관리 총체적 부실 ▶50%이하에 머무른 기상조절지수 성공률 ▶예보의 정확도 향상을 위한 예보관제 개선 등에 대한 질의와 응답이 이어졌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kth1984@onkweath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