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때문에 미치겠네요. 6개월 전부터 바캉스 특집 기획전 준비하느라 야근도 불사했는데 올해 이렇게 비가 많이 올 줄 몰랐네요. 재고만 잔뜩 쌓이게 생겼습니다.”
날씨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찾으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올해 여름 이상기후로 매출에 있어 날씨 ‘쓴맛’을 경험한 탓이다. 기업들은 기상으로 인한 매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고민이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날씨 컨설팅 및 마케팅을 하고 있는 케이웨더 홍지열 웨더컨설턴트는 “문의전화가 올해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며 “기업들의 날씨 고민이 깊어진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만해도 기업들은 삼일 단위나 일주일 단위의 날씨 정보를 요청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상을 이용해 다방면의 마케팅을 기획하고자 하는 문의가 늘고 있다.
기업들의 가장 큰 주문은 한 달 단위나 3개월 단위 등 장기 기상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장기전망 서비스다. 또 기업의 담당 예보관이 관련 사업에 맞는 맞춤형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전담예보 서비스에 대한 요청도 증가하고 있다. 홈쇼핑 업체를 비롯해 야외행사가 잦은 기획사, 건설업계 등 기업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A 홈쇼핑 업체는 아예 날씨에 맞춰 방송편성표를 만들기 위해 장기전망서비스를 신청했다. 올해 선글라스나 비키니, 야외용품 판매 위주로 편성표를 마련했다가 낭패를 봤기 때문. 대신 비오는 날이 늘면서 습기를 제거해 줄 가사용품과 방수가 되는 의류 등이 불티나게 팔렸다. 더욱이 야외 외출이 줄면서 ‘폭우 특수’를 누린 점이 날씨의 중요성을 실감케 했다.
A 업체 관계자는 “매출이 전년도 대비 30% 올랐다”며 “날씨 정보를 사전에 알았더라면 물량을 다른 시기보다 더 많이 준비했다면 더 올랐을 것이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야외행사가 많은 기획사들도 날씨 서비스를 문의하고 있다. 불꽃프로모션을 기획하는 C 업체는 담당 예보관이 지속적으로 날씨를 모니터링 해 알려주는 전담예보 서비스를 신청했다.
C 업체 관계자는 "우천 때문에 부득이 하게 행사가 취소됐더라도 대관료나 행사 준비과정에 들었던 비용과 노력을 보상 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며 ”24시간 행사가 열리는 지역에 한해 날씨를 모니터링해주는 예보관이 있으니 한시름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날씨 변화에 따라 공사 일정이 달라지는 건설업체들의 문의도 폭주하고 있다. 건설업체는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으면 공사에 차질을 빚는다. 인명피해 우려된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장기전망서비스를 통해 작업 계획을 새로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날씨를 경영에 적용시키고자 하는 기업들의 관심은 뜨거워지고 있다. 이미 날씨 정보를 활용해 매출효과를 본 기업도 있다.
지난해 제일모직의 경우 날씨 컨설팅을 통해 매출이 65% 증가했다. 지난 5년 동안 각 제품마다의 매출과 그날의 기상정보를 수치로 환산해 일정한 날씨에 따라 각 제품의 판매량이 어떻게 바뀌는지 등의 패턴을 파악한 덕이다. 날씨의 경우 맑음과 흐림 강수일수와 폭염일수, 악천후 전 후의 판매량 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세분화했다.
홍지열 웨더컨설턴트는 “민간에서는 날씨와 경영을 연관 지은 컨설팅 기법이나 연구 등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기업들을 만나보면 일기예보에 나오는 날씨정보 정도만을 가지고 서비스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상당수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
손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