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근한 겨울 날씨로 인해 젖소가 생산하는 원유(原乳·가공 이전 단계의 우유)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우유가 남아돌고 있습니다. 공급량이 늘었다는 것은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떨어져도 너무 떨어져서 문제일 정도입니다. 지난해 우유가격 인상과 각급 학교 방학 등으로 수요가 줄어 재고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는데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낙농가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5867t 으로 지난해 5575t보다 5.2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월 하루 평균 생산량도 지난해 같은 시기(5708t)와 비교해 7.6% 많은 6143t으로 집계됐습니다.
분유재고도 큰 폭으로 늘었는데요. 지난해 11월 6158t 수준이었던 분유재고는 올해 1월 9978t 으로 1만t에 육박할 정도입니다.
이 같이 우유가 남아도는 것은 따뜻했던 겨울날씨 때문으로 분석됐습니다. 젖소가 원유를 생산하기에 적합한 온도는 10~20℃ 사이인데, 올 겨울은 비교적 기온이 높아 젖소들의 집유량이 평년보다 늘어난 것입니다.
또 구제역 사태(2010∼2011년) 이후 젖소 사육량이 늘었고 지난해 원유가격 인상 여파로 목장주들이 생산량을 늘린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줄어든 수요입니다. 방학기간이 겹치면서 각급 학교 급식 수요가 줄었고 우유 가격 인상의 영향으로 소비도 위축됐습니다.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낙농가의 재고관리에 빨간 불이 켜진 셈인데요.
수급불균형이 심각해지면 최악의 경우 ‘원유파동’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재고 수준이 적정수준을 넘어선 만큼 업계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란 예상인데요. 낙농업계 관계자는 “젖소는 통상 겨울이 지나고 더위가 본격화하는 5월 초까지 원유생산량이 늘어난다”면서 “수요가 늘지 않을 경우 원유 파동을 피하기 어렵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군요.
이에 따라 할인마트들은 우유를 최대 30% 할인하는 등 우유 소비 촉진에 나섰습니다. 롯데마트는 우유 가격 할인 품목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으로 늘렸고, 가격 할인 폭도 지난해 10%에서 올해 15%로 확대했습니다. 할인 행사 기간도 지난해 2주에서 올해는 한 달로 늘렸다고 합니다. 홈플러스 역시 우유 가격 할인폭을 예년(약 15%)의 두 배인 30%로 확대했다는데요.
한 유가공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1ℓ들이 제품을 2개씩 묶어 20%가량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우유 가격을 올렸지만 날씨 때문에 그 덕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