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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은 봄에 들어선다는 절기, 입춘(立春)이었습니다. 하지만 동해안은 지난주부터 일주일 넘게 이어진 폭설로 겨울왕국이 되버렸습니다. 겨울이 끝날 기미를 보이는 2월에는 따뜻한 공기가 남쪽에서부터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며 올라오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대륙고기압이 힘을 뻗지 못하면서 그 중심이 동쪽으로 치우쳐 주로 북동풍이 불게 됩니다. 이때 북동풍과 같은 동풍기류가 동해 바다를 지나면서 해기차(=대기와 해양의 온도차)에 의해 눈구름대가 발달하고 이것이 태백산맥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히면서 어마어마한 눈폭탄이 만들어진 것이죠. 때문에 찬 대륙고기압의 세력이 막강한 1월에는 대개 서해안에 폭설이 자주 내리지만 겨울이 끝나가고 봄이 점점 다가올 무렵인 2월에는 주로 동해안에 폭설이 찾아 옵니다.
지난 11일 오후 강원과 경북 동해안 지역에 내리던 눈은 잠시나마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강원 산간에는 다시 한파주의보가 내려지면서 그야말로 ‘엄동설한(嚴冬雪寒)’이 됐습니다. 눈 내리는 겨울의 심한 추위라는 뜻으로 겨울을 표현한 말인데요. 비슷한 말로는 얼음이 얼고 찬 눈이 내린다는 뜻의 ‘동빙한설(凍氷寒雪)’도 있습니다.
이렇듯 겨울을 뜻하는 한자어에는 ‘동(冬)’ 자도 있지만 ‘눈 설(雪)’과 ‘찰 한(寒)’ 자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한자어 ‘설’이 들어간 사자성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 눈 위에 또 서리가 내린다는 뜻. 어려운 일이 겹침을 이르는 말. ▶설상가설(雪上加雪) : 눈 위에 또 눈이 더해진다는 뜻. ▶설지우목(雪至牛目) : 눈이 많이 와서 그 높이가 소의 눈에 이른다는 말. ▶설중송백(雪中松柏) : 눈 속의 송백이라는 뜻으로 소나무와 잣나무는 눈 속에서도 그 색이 변치 않는다는 말. 절개가 굳은 사람을 비유함. 등입니다.
차다, 춥다, 얼다 등의 뜻을 지닌 ‘한’ 자가 들어간 경우도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 사자성어로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있습니다. 3일 춥고 4일 따뜻하다는 뜻으로 겨울철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3일 가량 추운 날씨가 계속 되다가 다음 4일 가량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 주기적인 기후 현상을 이르는 말이죠. 그밖에 앞서 말한 설중송백과 비슷한 의미로 ‘세한고절(歲寒孤節·추운 계절에도 홀로 푸르른 모습을 잃지 않는 대나무)’도 있네요.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를 보면 “정월은 맹춘이라 우수절후로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요. 정월(=음력 1월)은 초봄이라 입춘, 우수 절기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농가월령가는 조선 후기 정학유가 권농을 주제로 지은 월령체 가사로서 한 달마다 기후 상태와 농가에서 준비하는 세시음식, 일 년 동안 농사짓는 모습 등을 노래한 것이죠. 여기서 맹춘(孟春)이라는 표현 속의 ‘맹’자는 형제자매 가운데 맏이라는 뜻으로 봄의 처음, 즉 ‘초봄’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붙여졌습니다. 음력 1월의 다른 명칭으로는 원월(元月)·월정(月正)·초춘(初春)·조세(肇歲)·청양(靑陽)·맹양(孟陽) 등이 있습니다.
눈길 대신 꽃길을 걷는 봄이 손꼽아 기다려집니다. 겨울의 끄트머리인 오늘 하루는 겨울과 연관된 사자성어를 되새기며 내 마음속 날씨경영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설원(雪原)을 배경으로 한 영화 ‘러브레터’나 ‘설국열차’ 등을 보시라고 넌지시 추천해봅니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영화 ‘겨울왕국’을 아직 못 보셨다면 이것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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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