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들어 짧은 한파가 자주 찾아왔습니다. 다행히 15일(수) 낮부터는 평년기온을 회복하면서 추위가 누그러졌습니다. 16일(목) 서울의 한낮 기온이 3.6℃로 영상권에 접어들어 다소 포근했습니다. 하지만 출·퇴근길에 찬바람이 불어오면 ‘겨울은 겨울인가 보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찬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동장군’이란 말이 있습니다. ‘얼음장군’, ‘설장군’도 있는데 이 말은 왜 쓰게 된 것일까요. 동장군이란 단어는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에 뿌리를 둔 말이라고 합니다.
1812년 5월 나폴레옹 1세는 수십만명의 대군을 이끌고 알프스산맥을 넘어 러시아 원정에 나섰습니다. 당시 모스크바 침공에 나선 나폴레옹은 초반엔 선전했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에서 겨울을 맞아야 했습니다. 러시아의 한겨울 추위는 정말 매섭다고 합니다. 때마침 불어 닥친 한파에 나폴레옹은 군사들 중 절반 이상을 희생시킨 채 퇴각해야 했습니다.
이때 ‘겨울 혹한이 막강한 전투력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즉 인간의 힘으로는 좀처럼 저항할 수 없는 심한 한파의 위력을 비유한 표현입니다.
추위에 익숙하지 못했던 프랑스 군은 무려 40만 명의 희생자를 내며 패퇴해야만 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병력과 군수품 열세를 혹독한 추위 덕분에 감당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두고 영국의 한 신문기자가 ‘general frost’라 표현하며 맹추위에 ‘장군’을 붙였습니다. ‘혹한(酷寒)’을 보통 ‘Jack Frost’라고 의인화해 표현하는 데 착안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 말을 ‘동장군’이라고 번역한 것은 일본입니다. 독일 유학 경험이 있었던 군의관 출신의 작가 모리 오가이(森鷗外)가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를 번역하면서 ‘general frost’를 ‘동장군(冬將軍)’으로 번역했습니다.
날씨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갈리고 또 신조어까지 등장한 셈입니다. 또 지난 겨울에는 서울의 최저기온이 -17℃ 내외로 떨어지고 체감온도가 -20℃를 웃돌면서 ‘냉동실 한파’, ‘냉동고 한파’라는 말도 등장했습니다. 또 얼마 전 미국의 나이아가라폭포가 결빙될 만큼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냉동고 한파’라는 말을 또다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 밖에 날씨에 관련한 속담도 있습니다. 과거 농업에 종사해 온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가지의 날씨 속담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데요.
그중 겨울과 관련된 속담은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보리 풍년이 든다’, ‘동짓날이 추워야 풍년이 든다’, ‘겨울이 춥지 않으면 여름도 덥지 않다’ 등이 있습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속담은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보리를 푹 덮게 되면 보온이 돼 보리가 얼어 죽거나 고사되는 일이 없어져 풍작을 이룬다는 의미입니다.
‘동짓날이 추워야 풍년이 든다’는 말은 동지부터는 본격적으로 겨울철이 시작되는데 추워야 병해충이 얼어 죽어 풍년이 든다는 뜻입니다. 또 ‘겨울이 춥지 않으면 여름도 덥지 않다’는 속담은 겨울이 따뜻한 해에는 대개 여름도 덥지 않다는 뜻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합니다.
날씨와 연관된 말에는 예로부터 전해진 것도 있지만 최근에 많은 말들이 새로 생겨나기도 하는데요. 그만큼 날씨와 우리의 일상생활이 밀접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
박선주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