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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가을 일본 대표적인 카페 브랜드 ‘코메다 커피’가 밤으로 만든 베이커리 제품을 선보였다. ⓒ온케이웨더 정연화기자

 

오늘은 11월의 첫날인데요. 이젠 만추(晩秋·늦가을)라고 표현해야 할 때인가 봅니다. 이 무렵은 그야말로 ‘추야여세(秋夜如歲)’ 입니다. 가을밤은 일년 같이 지루하다는 뜻인데요. 앞으로 동지 절기까지는 점점 해가 짧아져 밤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쌀쌀한 날씨 속 깊어가는 가을밤, 특히 임이 없는 사람에게는 긴 가을밤이 심리적으로 더 길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깊어가는 가을밤, 또다른 밤이 우리를 찾아오는데요. 바로 달고 고소한 맛을 자아내는 밤(栗)이 그 주인공입니다. 가을철 입맛을 돋우는 음식 중 하나죠. 과거 밤은 고구마, 감자와 함께 구황작물에 가까웠습니다. 가을철 산야에 밤을 거둬 식량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반도는 밤나무가 자생하기 알맞은 기후조건이여서 산과 들에 흔했던 것이 밤나무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950년대, ‘밤나무혹벌’이라는 해충이 번지면서 토종 밤나무들이 말라 죽어 거의 멸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1960년 후반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밤나무 심기에 적극 나섰고, 이때 우리와 비슷한 기후조건인 일본에서 가져온 품종을 주로 심게 됐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도입한 품종으로는 ▷단택(단자와) ▷은기(긴요세) ▷축파(쯔구바) 등이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국내 연구진이 토종 밤나무를 개량하면서 국내 밤 생산량이 급증했다고 전합니다.

 

▲ 일본 백화점 내 베이커리 매장에서도 가을 시즌 제품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정연화기자

 

요즘 어딜가나 가을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을에 수확하는 밤을 이용한 음료가 인기몰이 중입니다. 최근 ‘마롱(marron)’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달고 굵은 유럽산 밤을 가리켜 마롱이라고 부릅니다. 특히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서도 가을 프로모션 음료로 ‘마롱 마끼야또’를 출시했었습니다. 국내에서 독자 개발한 음료로 에스프레소와 함께 달콤한 밤을 넣은 시럽과 부드러운 우유의 조화로운 맛으로 가을의 맛을 충분히 느끼게 했죠. 또 다쿠아즈 시트에 달콤한 밤 크림을 얹은 ‘마롱 마스카포네 크림 케익’도 선보이는 등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 ‘밤 고물(栗あん)’이 들어가 있는 일본 간식. ⓒ정연화기자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건 최근 기자가 찾았던 이웃나라 일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날씨 뿐만 아니라 옷과 음식 등등 도심 곳곳에서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일본 열도 중간쯤에 위치한 나고야는 카페가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의 수도인 도쿄 다음으로 클 정도로 카페의 도시라고 합니다. 특히 이 지역의 대표 카페 체인점인 ‘코메다 커피’는 지난 1968년 나고야에 처음 생겨난 이후 40여년 넘게 이어지면서 도쿄, 오사카 등 일본 전역으로 퍼져 현재는 약 420여 개의 매장을 갖고 있습니다. 코메다 커피도 올 가을 기간 한정으로 밤으로 만든 베이커리 제품을 선보여 일본 사람들의 추심(秋心)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깊어가는 가을 날씨에 오늘은 밤이 들어간 음식으로 내 기분을 경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