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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로 잠을 설치기 쉬운 요즘, 잠들기 전 와인이 숙면을 도와줍니다. 실제로 잠자기 전 와인 한잔은 수면 유도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와인은 스테이크처럼 양식을 먹을 때는 입맛을 돋우게 합니다. 최근 대형마트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와인을 접하게 됐습니다.
흔히들 알고 있듯이 와인은 색에 따라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으로 나뉩니다. 레드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중간색을 띠고 있는, 연한 핑크색 와인인 일명 ‘로제(rose)와인’도 최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생산지에 따라 와인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와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보졸레누보’의 탄생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프랑스 보졸레 지역에서 포도가 너무 많이 생산돼 이를 처리하기 힘들어지자 농부들이 기막힌 마케팅 전략을 세웠습니다. 조르주 드뵈프라는 프랑스인이 보졸레 지역의 포도를 모두 긁어모아 와인을 만든 다음 ‘신비의 햇와인’이라고 소개하면서 ‘보졸레누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보통 와인은 주정을 발효시키고 분리, 정제, 숙성까지 최소 4~10개월 이상의 제조 과정을 거칩니다. 반면 ‘보졸레누보’는 포도를 알갱이 그래도 통에 담아 일주일 정도 발효시킨 뒤 4~6주 동안 숙성시킵니다. 때문에 깊은 맛은 없죠. 하지만 향이 짙고 쓴맛이 덜하기 때문에 마시기엔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1985년부터 보졸레 와인업자들은 아예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 자정을 기해 일제히 제품을 팔도록 정한 뒤, 전 세계적으로 이날을 ‘보졸레누보’를 마시는 날로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와인 수입업자들도 상당한 양을 수입해 이날 팔았다고 합니다.
과거 20년 전에 비하면 와인의 알코올 도수는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도수가 왜 자꾸 높아지는 걸까요?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높은 온도에서 자란 포도는 산이 감소하고 당도가 증가합니다. 높은 당도가 와인의 알코올 농도를 진하게 만듭니다. 이렇듯 지구온난화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포도의 생산량을 처리하기 위해 저가의 속성 와인을 만든 프랑스인의 상술이 놀랍기만 합니다.
이처럼 포도, 배 등의 과실은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태풍, 가뭄, 홍수의 피해도 크지만 서리 피해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만물이 무르익는 가을에 서리 피해를 당하기 쉬운 대표적인 과실 또한 ‘포도’입니다. 요즘 포도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는 걸 보니 이제 포도의 계절인가 봅니다. 포도 수확의 방해꾼, 서리는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맑은 날 밤에 잘 생깁니다. 대기 중의 수증기가 지표면이나 물체의 표면에 스며들어 생긴 얼음 결정으로 도시보다는 대기가 청정한 농촌 지역에서 잘 나타나며, 특히 차가워진 공기가 포도밭이 있는 낮은 구릉지대로 흘러들어 서리가 발생합니다.
실제로 국내 포도 농가들이 날씨에 민감한 과일들을 잘 수확하기 위해 날씨경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청댐 인근 지역에서 포도 농사를 하고 있는 한 농가에 따르면 과거 대청댐이 완공된 이후 서리 피해를 크게 입었었다고 합니다. 송풍기를 설치하라는 기상학적 조언에 따라 대형 송풍기를 밭 사이사이에 설치하고 난 뒤부터 서리 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일기예보를 예의주시한 뒤 기온이 적정온도 이하로 내려간다고 하면 송풍기를 가동합니다. 송풍기를 틀면 공기가 혼합되면서 지표면 복사 냉각에 의한 서리 발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대형 송풍기를 돌리는데 드는 1년 전기료는 50만원 정도. 과수 농사로 1년에 벌어들이는 1억원에 비하면 투자 대비 이익이 엄청난 셈이죠.
하지만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날씨경영을 하기도 합니다. 와인의 주재료인 포도는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서리 피해가 심한 지방에서는 아예 언 포도를 이용해 포도주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아이스와인’ 입니다. 세계 최고의 아이스와인 수출국인 캐나다와 독일은 가을부터 온도가 뚝 떨어져 춥기로 유명합니다. 아이스와인은 -8℃ 이하의 추운 날씨에 딴 포도로 만듭니다. 얼어서 딱딱하게 굳은 포도를 압축시키면 고농축 과즙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데 이 과즙을 발효시키면 아이스와인이 완성됩니다. 본래 명품 와인은 햇볕이 좋고 따뜻한 기후에서 익은 포도로 만들지만 날씨와 기후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새로운 맛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처럼 날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날씨경영에 발 빠르게 나선 사람들만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포도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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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