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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철이면 남해안에 불청객이 찾아오죠. 바로 ‘적조’입니다. 올해는 지난달 17일 전남 여수와 통영을 포함한 경남 해안 전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순식간에 동해안까지 퍼지면서 사상 최대의 피해를 낳고 있습니다.

 

대개 8월 이후 찾아오는 적조가 올해는 7월 중순에 발생해 최근 10년 새 가장 빨랐다고 합니다. 특히 동해안에 발령됐던 ‘적조주의보’는 지난 2008년 이후 5년 만의 일입니다. 지난달 남부지방의 계속된 마른장마와 폭염이 남해안의 수온 상승을 부채질한 게 큰 원인이 된 것 같습니다.

 

적조는 199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 수산업에 가장 많은 피해를 주어 왔다고 합니다. 적조란 바다 속 미생물인 플랑크톤이 크게 늘면서 바닷물 색깔이 적색 또는 황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즉, 땅의 오염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어 미생물의 먹이가 많아지는 현상인 것이죠. 이런 현상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급격한 ‘기후변화’를 꼽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대기의 온도는 물론 바다의 온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온 상승은 이처럼 적조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어획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수온 상승으로 최근 남해안에서 멸치의 알 낳은 시기가 앞당겨지자 산란기에 멸치를 잡을 수 없도록 ‘금어기’를 조절하고 나선 것이 좋은 예가 되겠네요. 지난해 국립수산과학원이 16개 시·군의 의견을 모아 변경된 멸치 금어기를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요즘 국립수산과학원은 바다 수온 변화가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합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업의 적응 방향과 대책, 수산업 재해 예방 기술 개발 등 바다에서의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수산업의 첨병(尖兵)인 셈이죠.

 

수산과학원의 한 관계자는 “기온, 수온, 파고 등의 기상자료를 토대로 우리나라 해역의 온난화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바다 속 먹이생물의 대량 발생 시기 변화도 유추가 가능해진다”면서 “이 같은 연구를 바탕으로 상업성이 높은 양식어류를 개발해 어민들의 소득증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내성이 접목된 속(速)성장 넙치를 개발했으며 이외에도 내온성, 내병성이 높은 다양한 양식품종도 개발 중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수온 모니터링은 현재 우리나라 주변 수온을 파악하는데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고 합니다. 실제 조업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게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매우 객관적인 자료이죠. 수산업계는 그와 같은 기상·기후자료를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어종이 많아질 것인지, 어느 어종이 부가가치가 높아질 것인지 등을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과거 1980년에 9만 6000t이었던 생산량이 2010년 1t 미만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줄었습니다. 반면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는 1980년 4만 8000t에서 2010년 15만 9000t으로 3배 이상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렇듯 최근의 기후변화는 우리나라 주변에 난류성 어종이 주를 이루도록 했고 생선 가격에도 희비가 엇갈리게 했습니다. 난류성 생선인 멸치 가격은 2010년에 1980년 대비 7배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같은 시기에 한류성 어종인 명태 가격은 39배 넘게 뛰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올라가고 어획량이 대폭 줄면서 해당 어종의 가격 급등 현상을 초래한 거죠.

 

해양기후전문가들은 바다생물에 대한 수온 1℃ 상승은 육지 기온 10℃ 상승과 같은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최근 해수 온도의 급격한 상승은 연근해 어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수산업계에 커다란 위기입니다. 전화위복(轉禍爲福)! 수산업계에 날씨경영이 더욱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런데 있습니다. 기후변화라는 위기를 맞아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주는 날씨경영이야말로 수산업계에 새로운 기회와 보다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