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난히 긴 올 장마는 오늘(7월 29일)로 벌써 43일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1973년 전국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장의 장마 기록(45일)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렇게 긴 장마로 특히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는데요. 과수원의 낙과나 과일 짓무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채소 농가도 큰 피해를 입게 됐다고 합니다. 습기로 배추 속이 짓무르자 출하량이 줄어 배추 값이 3포기에 1만 원까지 올라 소비자들도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올 여름 장마철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툭하면 물폭탄 같은 집중호우가 쏟아졌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도 유난히 덥고 비가 자주 내렸었죠. 이러한 기상현상은 농작물에 많은 영향을 주는데 특히 비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농작물에 영향을 미칩니다.
무엇보다 토양에 과다한 수분이 계속 공급되면 뿌리에 산소 공급이 잘 안 돼 뿌리가 호흡을 못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뿌리는 호흡 과정에서 물과 양분을 흡수하는데요. 이때 호흡작용이 원활하지 못하면 물과 양분 모두 흡수가 잘 이뤄지지 않게 되죠. 이런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결국 뿌리가 썩고 맙니다.
또한 비가 오면 햇빛이 나지 않기 때문에 식물의 광합성도 일어나지 않아 결국 생장이 잘 안 됩니다. 식물체가 연약해져 웃자라기도 하고요. 나중 날씨가 다시 좋아지더라도 병충해나 바람 등에 매우 취약해 진답니다. 특히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에서는 평상시에도 햇빛이 일부 차단되는데 비가 오면 햇빛 부족은 더욱 심해집니다.
농사에는 무엇보다 집중호우가 큰 문제라고 합니다. 집중호우는 농경지 침수로 토양을 지나치게 습하게 만들기 때문에 농산물 생산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군요. 강우 패턴도 농작물의 종류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여름철 강수량이 많은 동아시아 지역에는 벼농사가, 미주지역에서는 콩과 옥수수 농사가 발달한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랍니다.
한편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혹한이나 폭설, 폭우, 가뭄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후변화로 식량위기가 예측되면서 국가 간 총성 없는 식량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의 1980년대와 2010년대를 비교해보면 대구와 경북 영주, 충북 충주였던 사과 주산지가 최근에는 강원도 영월과 양구까지 확대됐습니다. 기후변화가 한반도의 ‘농산물 지도’까지 바꿔놓은 셈이죠.
이처럼 농업은 ‘날씨경영’과 뗄 레야 뗄 수 없는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폭우나 한파 등의 이상기상을 가져다주는가 하면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를 통해 재배지역을 바꿔놓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바빠진 곳이 농촌진흥청입니다. 농진청은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일반기상자료와 전국 100여 농업기술센터 및 농촌진흥기관을 통해 자체적으로 관측한 농업기상자료를 ‘농업 날씨경영’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상정보를 토대로 독자적인 농업기상정보를 생산해 농업인들에게 ‘인터넷 농업기상정보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답니다. 지나간 기상자료를 비교 분석하거나 증발산량, 가뭄지수 등의 농업기상응용정보를 웹서비스하는 거죠. 최근엔 주간농사정보나 병해충발생정보도 서비스한다고 합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이먼 쿠즈네츠 박사는 “농업과 농촌의 발전 없이는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농업기상서비스를 위한 농업기상컨설팅이나 재해보험 등은 앞으로 유망직종이 될 것 같군요. 인간의 식생활을 책임지는 농업분야에서의 날씨경영이야말로 그 응용범위가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
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