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로 7명의 아까운 인명 손실이 생겨 유족들은 물론 주위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장맛비로 인한 한강 하수관로 역류현상을 미리 알아서 대처하지 못해 생겼던 대표적인 ‘날씨경영’ 실패 사례라 할 수 있죠. 이처럼 건설업에서도 인명과 재산 보호는 물론 전체적인 경영실적 향상에 ‘날씨경영’은 필수 항목이 되고 있습니다.
“파업보다 더 무서운 건 날씨입니다. 우리 건설사들은 매일 날씨의 눈치를 봅니다.” 이 말은 지난 2010년 청주시 사직동 어느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롯데건설의 한 간부가 실토한 말입니다. 건설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날씨라는 사실을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것이죠. 그는 그해 3월 5일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로부터 4~5일 후인 9일쯤 큰비나 눈이 내릴 것이라는 날씨예보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는 계획돼 있던 아스콘 포장공사를 앞당겼습니다. 그는 “예보대로 3월 9일과 10일, 이 지역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눈이 내린 9일과 10일에는 인테리어 공사와 서류, 도면 작업을 했죠. 기상정보가 없었다면 비용 손실은 물론 공기 연장도 불가피 했을 겁니다. 날씨경영의 위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죠”라고 밝혔답니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건설업체들이 기상정보를 구입하는데 쓰는 비용은 대개 연간 2000만~3000만원 선이라고 합니다. 최근엔 날씨변화가 심해 민간기상업체에서 자체 관측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 해안가나 교량 등의 현장이 있을 경우 한 곳에만 연간 1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더 든다고 하네요. 하지만 기상정보를 이용해 추가 보수공사를 줄이고 인명 사고도 예방하면 연간 3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요즘 기상정보를 돈 주고 사는 건설업체가 갈수록 늘어나는 배경입니다.
건설사들이 날씨정보를 이용하면 ‘4대 효과’를 거둔다는 말도 있는데요. 첫째, ‘공정관리’입니다. 공정을 관리할 때 기상예보와 과거 기상정보를 활용하면 신뢰성 높은 공정표를 작성할 수 있게 됩니다. 둘째, ‘품질관리’입니다. 부실공사 방지는 물론 시공 품질을 높일 수 있게 되죠. 특히 작업기상도에 따른 정밀 시공이 가능해집니다. 셋째, ‘안전관리’입니다. 기상 특보에 따라 시설물 및 인력에 대한 기상재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번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는 여기에 해당합니다. 넷째, ‘원가관리’입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클레임에 적극 대응할 수 있어 원가율 상승을 방지할 수 있답니다.
지난 2001년부터 날씨경영을 도입한 현대건설을 예로 들어 볼까요. 우선 재해율이 건설업 평균보다 낮아졌다고 합니다. 현장별 포인트 예보와 함께 휴대폰 문자정보(SMS)를 활용한 기상재해 예방서비스를 통해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해 사전 대비에 큰 도움을 얻었다고 하네요. 날씨경영 도입으로 얻은 비용절감 효과만 무려 연 145억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대우건설의 경우는 현장별 포인트 예보를 통해 지난 2008년에 직접비용만 약 30억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건설업계에서는 건설기상을 활용한 ‘날씨경영’이 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기상업계에서는 현장별 포인트 예보를 ‘핀셋예보’라고도 부릅니다. 이용자가 원하는 지역과 시간에 해당하는 기상정보를 콕콕 집어서 제공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건설업 특성상 특정 지역에서 공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맞춤형 예보인 핀셋예보는 무척 중요합니다. 케이웨더의 경우 반경 1㎞, 1시간 간격으로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상청 예보보다 전문적이고 세밀한 맞춤형 날씨정보시스템을 만들어 ‘건설기상정보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대우건설, GS건설, SK건설, POSCO 등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건설사들이 모바일 오피스 구축을 늘릴 수 있게 된 점에 부응한 것이라고 합니다. 국내 모든 공사 현장과 본사 및 지사, 사업소별로 상세 기상정보를 그룹웨어에 링크시키는 한편 현장공사 관리시스템에도 현장별 상세 기상정보를 제공하게 되죠. 상세 기상정보에는 3시간 간격으로 날씨, 강수량, 강수확률, 풍향, 풍속 정보를 담는 한편 날씨에 민감한 공정의 작업 가능 여부도 작업기상도를 통해 제공합니다. 안전관리지수는 물론 화재, 방한, 일사병 등 작업원의 행동 요령도 제시해 준다고 하네요.
물론 날씨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날씨 예측 정확도가 85%밖에 안 된다며, 나머지 15%는 그저 바라만보면서 손 놓고 있어야만 할까요. 아니면 예측 범위에 들어온 85%의 날씨라도 그 눈치를 살피고 잘 활용하는 게 좋을까요. 맞춤형 기상정보를 잘 활용하는 한, 건설업 경영에도 맑은 햇살이 비추게 될 것입니다.
|
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