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경영 > 날씨경영 > 기후변화 속 식물원에도 ‘날씨경영’은 필수

여기엔 30년이 넘는 시간을 식물원에서 보낸 이택주(72) 한택식물원 원장의 노력과 발품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 원장은 “식물 분야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인들은 식물의 학명을 알고 있을 정도로 식물에 관심도 많고, 식물을 어디서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며 “유럽에서는 10명의 식물 전문가를 길러내기 위해 10만 명의 학생에게 많은 교육비를 들여 식물을 가르친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외국에서는 이미 100년도 넘은 식물원이 다수 있는 것을 보고 국내에도 제대로 된 식물원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며 “초창기에 식물원을 만들겠다고 전국을 돌며 식물을 채집하고 번식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에는 식물원을 여느 수목원이나 유원지와 별반 다르지 않게 생각하는 관람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원장은 “국내에 식물원 문화가 시작된 지가 30년도 체 되지 않다보니 식물에 대한 관람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며 “식물원, 수목원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식물유전자원을 연구 보전하고 일반인들에게 그 의미를 나누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식물 보존이 자연환경 보존의 첫 출발”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만큼 한택식물원은 나름의 식물보호법이 있다. 이곳은 한 장소에 여러 가지 식물들이 혼합식재돼 있다 보니 식물이 없어 보이지만 곳곳에 휴면식물들이 많다.

이 원장은 “일반인들은 식물의 생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식물원을 많이 훼손시키는 편”이라며 “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카메라 삼각대를 금지하고 있으며, 돗자리 등의 사용도 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택식물원은 식물들을 키우는데 무농약 재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곳의 철학은 식물을 지키는 것이 동물을 지키는 것이며, 식물을 잘 키우는 것이 생물다양성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원장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것은 단일식물 식재방법이 아니라 다양한 식물을 혼합식재함으로써 병충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식물들을 더불어 살게 함으로써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물원 자연생태원의 경우 계곡물이 자연적으로 습도를 맞춰주고, 토양은 배수가 잘되는 부식토로 이뤄져 생육환경이 최적화됐다. 이 원장은 “기본적으로 원래 식물이 나고 자라온 생태적 특성을 고려해 식물을 식재한다”며 “건강한 토양을 만들기 위한 시비관리나 잡초제거 등을 통한 최소한의 관리만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물원은 날씨에 영향도 많이 받는다. 날씨가 추워지면 개화기가 늦어지고 짧아진다. 또한 기상이변으로 인해 식물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이러한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이곳은 기상청의 정보를 매일 확인하며, 자체적으로 기록한 날씨일지를 통해 식물 관리를 한다.

한택식물원, 다양한 식물 관리 및 전시…서식지 보전기관 지정

한택식물원은 다양한 식물을 관리하고 연구하기 위해 사립 식물원으로는 이례적으로 식물연구소가 있다. 연구소는 멸종위기식물과 보호식물에 대한 대량번식과 자생지복원을 위한 활동도 한다.

그 결과 한택식물원은 멸종위기 식물 서식지 보전기관으로 지정됐다. 이 원장은 “환경부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서식지보호와 함께 서식지 외에서도 이들을 보전하기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한택식물원은 사립식물원으로는 처음으로 2001년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돼 히어리, 미선나무, 둥근잎꿩의비름, 대청부채, 나도승마 등을 자생지복원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얼마 전에는 지구 반대쪽에 있는 중남미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볼 수 있는 온실을 새롭게 오픈했다.

이 원장은 “중남미온실은 멕시코에서 칠레에 이르는 안데스산맥의 사막 및 열대식물 400여종을 보존해 전시하고 있다”며 “이들 식물의 특성상 고온의 환경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겨울철 난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에 식물들 적응도 큰 과제

아무래도 봄철이다 보니 식물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이 원장은 “어린이들의 소풍이나 성인들의 단체여행, 주말에 가족들의 나들이가 많아지고 있지만 올해는 4월 중순까지 날씨가 추워 식물들의 개화시기가 늦어지고 개화기도 짧아져 아쉽다”고 말했다.

이렇듯 예측할 수 없는 날씨와 점차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는 국내 기후변화에 따라 식물을 보호하는 데도 어려움이 늘고 있다. 이 원장은 “기후변화가 앞으로 식물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더욱 클 것”이라며 “실제로 그간 동절기의 장기간 기온하강, 하절기의 잦은 비로 인해 중부지방에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식물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체계적인 연구와 관리로 기후변화에 적합한 대응책 마련과 자생지복원을 위한 활동이 중요하다”며 “한택식물원은 앞으로도 식물종 확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1만여종 이상의 식물을 보유하고 연구 활동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양한 대상에게 원예, 조경, 생태, 자연치유 등의 주제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