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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환경과 날씨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실제로 골프 스코어는 날씨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한 날엔 경기가 취소되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골프장에서의 위험기상은 이러한 경기 결과 뿐만 아니라 골프장 시설물 관리와 운영에도 막대한 영향을 준다.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 골프장이 가장 기본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로 기상정보다.

 

한국잔디연구소 심규열 소장은 “골프장 영업은 하늘이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심 소장은 “골프장은 자연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자 농업을 근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의 영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날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다름 아닌 잔디다. 그는 “잔디에 따라 경기결과가 달라지고 샷을 치는 동작도 달라지기 때문에 선수와 캐디들도 잔디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 기후조건에 따라 잔디의 종류도 다르다. 국내 골프장들은 기상정보를 활용해 지역별로 적합한 잔디를 심고 유지한다.

 

한국잔디연구소 양승환 수석연구원은 “골프장마다 모두 다른 잔디가 조성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잔디의 초종과 품종 중에서 골프장의 기후조건이나 운영 목적에 맞는 잔디를 선택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잔디는 크게 어떤 기후에서 잘 자라느냐에 따라서 한지형 잔디와 난지형 잔디로 나뉜다. 한지형 잔디는 주로 그린에 사용되는 크리핑 벤트 그라스(creeping bent grass)라는 잔디다. 이 잔디는 추위에 강하지만 비료 요구도가 높고 병해충에 취약하다. 생육은 보통 영상 15℃에서 25℃ 정도 되는 조건에서 가장 잘 자란다.

 

페어웨이(티와 그린 사이에 있는 잘 깎인 잔디지역)에 주로 사용되는 잔디가 한국 잔디(난지형 잔디)다. 한국 잔디는 온도가 보통 25℃에서 30℃정도 되는 고온에서 잘 자란다. 거칠고 뻣뻣하지만 더위와 병해충, 건조기후에 강하다.

 

양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온대지방에 속하기 때문에 생태적으로는 난지형 잔디인 한국 잔디가 가장 적합하다”며 “400개가 넘는 골프장 중 70~80%의 골프장 페어웨이에 한국 잔디가 심어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후조건 보다도 골프장의 차별화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지형 잔디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제주도 골프장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는 “골퍼들을 유치하기 위해 육지 골프장의 잔디가 누렇게 됐을 때 푸른 잔디인 한지형 잔디를 조성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봄철을 맞아 골프장 업계의 잔디관리가 시작됐다. 잔디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해 검은 보온천을 덮어 생장속도를 높이기에 한창이다. 봄철 가뭄으로 잔디가 말라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잔디 관리에 신중을 더하게 된다.

 

한 골프업계 관계자는 “코스 관리는 시설물 관리나 조경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잔디 관리”라며 “골프는 잔디에서 이뤄지는 스포츠다 보니 잔디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봄철 잔디관리를 서두르는 또 다른 이유는 그린업(초봄에 잔디의 새순이 나와 잔디면이 녹색화 되는 것)이 충분히 돼 뿌리에 거름을 주기가 좋기 때문이다.

 

골프장들은 잔디관리를 위해 기상 관측대를 특별히 설치하기도 한다. 이곳에 설치된 장비는 구역별로 세분화된 날씨정보를 생산해 골프장의 코스 및 잔디 관리에 활용한다.

 

잔디 관리는 온도, 수분, 습도, 지온, 강수량까지 다 연관이 돼 있다. 잔디를 위해 측정되는 장비는 이러한 자료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잔디연구소에 있는 컴퓨터로 전송된다.

 

한국잔디연구소는 기상장비로부터 전송받은 자료를 잔디연구에 이용한다. 연구소는 계절별 토양의 전염병 성분 조사와 잔디의 발육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한다.

 

한국잔디연구소 이동욱 선임연구원은 “자료를 분석해 부족한 양분은 무엇이며 1년간 얼마의 비료를 공급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면서 “여기에서 나온 데이터를 골프장에 제공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비료, 시비 계획을 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골프 시즌을 앞두고 이러한 분석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상정보의 활용은 골프장 마케팅에도 중요한 요소다. 골프장의 운영 뿐 아니라 매출에도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한솔오크밸리는 기상정보 서비스를 구축, 날씨경영의 기반을 갖췄다. 오크밸리는 기상정보 회사로부터 날씨와 기온, 강수량 등 정보를 3시간 간격으로 제공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전 임직원과 예약고객에게 수시로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예를 들어, 다음날 비가 많이 내릴 것이란 정보를 받게 되면 예약자들에게 이를 알려준다. 만약 고객들이 날씨가 좋지 않아도 골프를 치겠다고 하면, 미리 실내 골프레슨 프로그램을 준비해둔다. 18홀을 다 돌지 못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한솔오크밸리는 날씨경영을 통한 예약 활성화와 취소 방지, 결혼식·공연 등 야외부문 활성화로 연간 매출액이 50억원 이상 늘었다.

 

삼성에버랜드는 민간기상업체와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기상정보를 골프장 관리에 활용해 농약, 비료,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잔디관리 예보시스템(Turfgrass Warning System)’을 개발했다.

 

잔디관리에 필수적인 기상정보를 수집하는 골프장용 AWS(자동기상관측장비)도 설치해 기상상황에 따른 잔디 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비료와 농약, 물 투입 시기를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운영 중인 골프장의 기상예보 자료를 통합 관리, 농약살포 회수를 약 30% 줄여 185억 원 이상의 관리비용을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