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경영 > 날씨경영 > [날씨경영] “의류업계는 날씨와 동업한다”

국내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패션이나 의류업체들은 날씨와 동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선진국 패션업계는 이미 기획 단계부터 기상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보편화돼 제품과 기상의 관계를 분석한 다음 판매 전략을 세운다”고 말했다.

일례로 일본의 의류 유통업계는 기상정보를 활용해 점퍼 1500만장을 생산해 보름 만에 팔아치운 기록이 있다. 이와 반대로 영국에 패션 전문 유통업계 막스&스팬서의 경우는 날씨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의류 생산량을 터무니없이 늘려 날씨 경영에 실패한 최고경영자를 해임하기도 했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사례는 날씨 때문에 경영의 결과가 뒤바뀐 상황을 너무나도 잘 보여준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의류업체들도 기상정보를 적극 활용한 날씨 마케팅을 통해 매출 성장과 피해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날씨 대응 전략이 패션 사업의 승패 갈라 놓는다

등산화는 산에 오를 때 신는 신발이다. 기능성이 뛰어나지만 투박해서 일상생활에서는 잘 신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겨울 때 아닌 등산화 열풍이 불었다. 그 결과 아웃도어 신발 시장이 고속 성장하며 전체 아웃도어 패션 시장에 12% 정도를 차지했다.

지난 겨울은 폭설에 강추위가 이어지고 거리 곳곳이 빙판길로 변하면서 안전성을 고려한 기능성 신발이 많이 팔렸다. K2 관계자는 “등산화의 경우 보통 봄과 가을이 성수기라고 할 수 있지만 이번 겨울은 잦은 눈으로 인해 겨울철 특수가 형성됐다”며 “날씨에 맞는 전략 상품을 앞세운 결과 미끄러움을 줄여주고 방수, 발수가 잘 되는 등산화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매서운 추위는 20~30대의 패션 스타일도 변화시켰다. 속옷 브랜드 BYC 관계자는 “내의는 주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고객이었지만 최근 얇으면서도 따뜻하고 편안한 디자인의 발열내의로 인해 30~40대 뿐만 아니라 20대까지 고객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무조건 따뜻한 게 최고였지만 요즘은 트렌드를 반영한 판매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디자인부터 색상, 날염 부분까지도 협의를 하고, 국내 조사 뿐만 아니라 일본 시장조사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의를 생산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날씨예보’다. 이 업체는 장기예보를 통해 제품을 출시하고 개발하는 기간까지 고려하고 있다. 상품개발부 관계자는 “계절제품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장기예보부터 단기예보까지 일기예보를 항상 주시해 생산량을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상정보를 활용하다보니 지역별 제품의 종류도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이나 강원도 같은 경우는 두꺼운 방한내의나 에어메리 판매가 많고 부산이나 울산, 창원 등 남쪽 지방은 얇으면서도 따뜻한 비즈니스 내의나 바디히트 내의가 많이 팔린다”고 설명했다.

날씨 예보 활용해 시즌 판매시기 및 생산량 조절

국내 의류업체들은 이미 봄 시즌 신상품을 내놓았다. 올 봄 트렌드는 약간 오렌지색이나 옐로우색 같은 따뜻한 감성을 줄 수 있는 쪽으로 형성되고 있다.

봄 시즌을 맞은 패션업계의 핫 이슈는 당연히 상품 출고 시기 및 출고량 조절이다.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는 계절주기의 변화에 맞춰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 김희성 대리는 “패션업체들이 날씨 정보를 바탕으로 상품 출고 시기를 조절하고 재고 최소화를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면서 “특히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겨울철에 컨설팅 의뢰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도 “한 시즌에 일어났던 모든 정보를 취합한 것으로 기획을 하기 시작하는 데 기상정보를 통한 수요예측 부분은 매출과 재고 관리에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류업계는 최근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는 계절 주기의 변화에 따라 봄, 가을 상품을 줄이는 추세다. 또한 2~3월 날씨를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봄 상품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가며 출고량을 조절하고 있다.

출고 아이템도 날씨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여성복 업계에서는 두꺼운 느낌의 봄 시즌 아이템들을 먼저 매장에 출고시킨 후 재킷, 가디건 등 봄 아우터는 날씨 추이에 따라 출고하는 추세다. 겨울과 봄을 아우를 수 있는 멀티웨더(multi-weather) 웨어류 상품 비중도 점차 높아지는 경향이다.

제일모직의 빈폴 사업부문은 2010년 기후 대책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축열, 발열, 초경량 등 특수 소재 개발 및 레이어드 등 대응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등 날씨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LG패션은 자체개발한 QR(Quick Response=반응생산) 시스템을 적용해 길어진 겨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매 시즌 시작 전, 기상청 날씨 정보시스템에서 정보를 받아 자체 분석한 최근 수년간의 기후 동향과 비교, 초기 원단 발주량 및 스타일 수를 유동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한 기상정보가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LG패션은 전 브랜드에서 매주 2~3회씩 사전에 분석된 날씨정보 및 이에 기반한 판매전략에 따라 제품진열의 변화를 주고 있다.

이렇듯 날씨경영이 브랜드 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 따라 패션업체들은 기상정보를 제품기획 및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