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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통업계의 기상도에는 맑음과 흐림이 교차하고 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경기불황과 정부 규제로 인해 한자리수 성장이 예상돼 ‘흐림’이지만 편의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자리수 성장이 예상돼 ‘맑은 날’이 많을 전망이다.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편의점협회에 소속된 편의점들의 작년 말 기준 점포 수는 2만4500개. 2011년 말 점포 수가 2만650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작년 한 해 동안 3850개 이상 늘어났다. 업체별로는 CU 7750여개, GS25 6960여개, 세븐일레븐 6930여개 등이다.

 

편의점협회는 올해도 편의점 시장이 전년 대비 11.5% 성장한 11조6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점포 수도 700여개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점거리 제한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소자본 창업자 증가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편의점업계 1위인 CU는 ‘21세기 한국형 편의점 모델’을 내걸고 브랜드 정착에 힘쓰고 있다. CU는 지난해 6월 기존 ‘훼미리마트’에서 CU로 브랜드를 교체했다.

 

작년 기상청으로부터 날씨경영인증을 받은 CU는 차세대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 Point of Sale)을 구축해 날씨에 따라 발주량을 조절하고 있다.

 

CU의 점포는 날씨와 기온에 따라 당일 매장에 진열되는 상품이 결정된다. 맑은 날, 흐린 날, 비오는 날 등 날씨에 따라 고객들이 선호하는 상품이 다르고, 진열 위치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는 것을 날씨경영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본사로부터 전송된 기상정보는 CU 전 매장의 스크린 상에서 조회가 가능하다. 여기에는 날씨, 최고·최저기온, 일교차, 체감온도 등 다양한 기상정보가 포함된다. 특히 식품을 발주할 때는 날씨정보가 전산망에 자동으로 뜨게 된다. 식품 판매량이 날씨변화에 가장 민감하다는 것을 감안한 조치다.
 

점포주는 기상정보를 조회한 다음에야 각 매장이 위치한 지역의 예상날씨에 맞게 상품을 본사에 주문한다. 물론 편의점마다 날씨 변화에 따른 최적의 상품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다.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대다수의 유통업체와는 다른 날씨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

 

본사 역시도 기상정보를 토대로 각 지점마다 예상되는 주문 상품의 종류와 수량을 미리 준비해 둔다. 또한 각 식품군을 품목별로 분류해 과거 1주일간 판매된 데이터를 날씨정보와 함께 점포에 제공한다. 각 점포가 날씨와 판매량과의 상관관계를 자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본사는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1주일의 기상정보를 매일 오전, 오후 하루 두 번씩 전국 모든 점포에 설치된 POS로 전송한다. 각 점포는 POS를 통해 해당 지점의 기상예보를 4시간 단위로 확인해 주문 상품의 종류와 발주 수량을 조절한다.

 

날씨에 따른 발주량 조절은 재고 비용 및 폐기 물량 감소에 일조했다. 특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도시락과 김밥, 우천상품 등의 발주량을 조절하고 상품배치에 변화를 줘 전체 매출이 33% 이상 상승했다. 또한 발주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예측 생산량과 실제 주문량의 차이로 인한 손실을 15% 이상 절감시켰다.

 

 

편의점 업계는 이번 추위에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오히려 재고 걱정을 해야 할 처지다. CU 관계자는 “추운 날씨에 고객이 찾는 상품이 부족하지 않게 충분한 재고를 유지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편의점의 경우 길거리에 위치해 있는 만큼 온음료와 겨울간식이 높은 매출을 보이고 있다. CU 관계자는 “최근 대표적 겨울 상품인 찐빵과 군고구마, 어묵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눈이 오거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엔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고 말했다.

 

또한 오뎅, 떡볶이 같은 핫푸드나 핫팩, 스타킹, 기모 타이즈 같은 보온상품들의 판매도 크게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두유나 꿀물 등 온장고 음료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35% 증가했고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는 원컵류는 30%, 보습제품과 스타킹, 레깅스도 25~27%가량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CU의 경우 온음료를 찾는 고객의 효과가 도시락, 멀티탭, 우산 판매로까지 이어지며 동장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는 날씨에 따라 매장의 상품 구색을 바꿔 얻은 결과다.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만족도를 높임과 동시에 매출효과도 높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CU는 각종 상품의 판매량을 분석하고 연관 지수를 분석할 때도 기상정보를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실제로 이 회사에서 날씨 활용 결과를 자체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기상정보가 매출 증대에 커다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른 품목에 비해 날씨 변화에 민감한 상품군의 매출이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중에서도 날씨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패스트푸드였다. 이렇게 기상정보에 부합되는 푸드의 공급과 판매는 일평균 판매액의 2배에 달하는 신장률을 가져왔다.

 

최근 들어 날씨정보의 중요성은 전국적인 점포망을 가지고 있는 업체일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상품별 최적의 주문량과 주문시기를 비롯한 재고량, 상품 구성 등을 결정할 때 날씨는 없어서는 안 될 가장 핵심적인 정보이기 때문이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