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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대전에서 새로 오픈한 한 김밥 전문점. 처음에는 다른 김밥집들처럼 당일 주문을 받고 김밥을 팔았다. 하루 예상 판매액을 정해놓고 김밥재료를 준비했지만 날씨 때문에 단체주문이 취소되는 날이 많아졌다.

 

마침내 하루 매출이 예상 매출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더군다나 남는 재료는 모두 폐기처분 할 수밖에 없어 이래저래 경영은 힘들어졌다.

 

살아남기 위해 김밥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나들이 철에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을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해결책으로 택한 것은 가격이나 맛이 아닌 다소 뜻밖의 ‘날씨’였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이 김밥 전문점은 TV·인터넷·131 기상콜센터 등 날씨정보를 활용해 당일 김밥 재료와 주문량을 조절했다. 이를 통해 우천 등에 따른 사전 주문 취소를 최소화했고, 나들이 철 매출액이 평소 매출액 1000만원에서 3000만원가량으로 증가했다.

 

이 업체는 지난 6월 기상청이 주최한 ‘제7회 대한민국 기상정보대상’에서 은상을 수상한 봉달이명품김밥 전문점이다.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동 10㎡(3평)와 정림동 25㎡(8평)의 작은 공간에 위치한 이 업체는 체계적인 기상정보 활용을 통해 소상공인으로 앞서가는 날씨경영을 선보이고 있다.

 

김봉자 봉달이명품김밥 대표는 “매일 영업 시작 전에 131 기상콜센터를 통해 둔산동과 정림동의 기온과 우천여부, 나들이지수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는다”며 “날씨정보를 갖고 당일 음식재료와 김밥 생산량을 조절한다”고 말했다.

 

날씨정보의 활용가치는 상당했다. 그는 “맑은 날씨인 주말의 경우 재료 주문량을 평소보다 70%가량 더 주문하고, 우천 시 사전 취소건과 현장판매 감소분을 산정해 재료 주문을 약 50% 줄여 재료 폐기로 인한 손실을 막아 원가절감 효과를 봤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밥과 온도의 상관관계를 꼼꼼히 분석하고 연구했다. 김 대표는 “김밥은 일 최고기온 약 15도 이상부터 매출이 상승해 30도를 넘어서면 피서객의 증가 등으로 다소 줄어든다”며 “기온 외에도 날씨의 맑음 정도에 따라 매출이 변한다”고 말했다.

 

 

요식업은 무엇보다 재료의 신선도가 중요하다. 봉달이 김밥이 날씨에 주목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위생이었다.

 

김 대표는 “여러 재료가 사용되는 김밥의 특성상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게 되면 변질의 위험이 있다”며 “특히 기온이 30도 이상일 경우 김밥이 상할 위험이 더욱 커져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여름철 열대야 예보가 있을 경우 위생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였다. 특히 시금치는 상하기 쉬운 식재료로써 변질 위험이 큰 날씨에는 가급적 오이나 부추 등으로 대체해 김밥을 만들었다.

 

덥고 습한 날에는 재료를 볶는 시간을 조금 늘려 상하는 것을 방지했다. 여기에 항균성분이 함유된 매실액기스와 과일식초를 첨가했다. 또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는 2시간 이내에 섭취할 것을 당부했고, 식재료에 대한 냉장보관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식중독 등 사고방지에 만전을 기했다.

 

김 대표는 “새벽 4시가 되면 식자재물류센터 및 농수산물 공판장에서 신선한 물건을 구입하고 기타 식자재는 원산지에서 직접 제공받아 고객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 조리한다”고 말했다.

 

날씨는 고객들의 음식 선호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날씨에 따라 고객들이 선호하는 김밥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는 “비가 오면 사람들이 기름기 있는 음식을 많이 찾는다는 걸 알고 김밥 메뉴 중 족발김밥 등 신메뉴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족발김밥 외에도 참치김밥·치즈김밥은 비 오는 날 많이 팔리는 메뉴다.

 

 

날씨정보를 영업에 활용하는 만큼 날씨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있다. 지난 5월경 인근 연구단지의 모 기관에서 등반 대회가 열려 단체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행사 당일 비가 온다는 소식에 주문을 취소한 일이 발생한 것.

 

이에 김 대표는 “기상정보를 늘 접하는 입장에서 오전에 이슬비만 내리고 흐린 날씨가 지속된다고 조언해 등반대회가 그대로 진행됐다”며 “그 일을 계기로 주변 연구소들도 소개받아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의 입소문과 기상정보대상 수상 소식까지 더해져 현재 이 작은 김밥집은 체인점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는 “수상 이후 체인점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앞으로 개설되는 체인점에는 기상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전용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요식 업체들도 이뤄내기 힘든 날씨경영을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성공적으로 이뤄낸 봉달이명품김밥.

 

김 대표는 “날씨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어서 날씨정보를 알면 돈이 떨어지는 곳을 알 수 있다”며 “날씨정보는 사업성공의 지름길이하는 신념으로 고객의 마음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할 경우 소상공인들도 희망차게 사업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김태환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