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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응한 종자 산업에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보이는 국내 토종 종묘회사가 있다. 아시아종묘(대표 류경오)는 국내에 처음으로 쌈채소를 보급하고 새싹채소를 기획해 널리 알려진 회사다.
이 업체는 특수‧희귀채소 씨앗을 공급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국내외 시장에 부가가치가 높은 다양한 채소종자를 끊임없이 연구·개발·보급해 왔다. 현재는 세계 최고수준의 양배추, 브로콜리 씨앗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한국에서 만든 씨앗으로 세계인이 함께 채소를 재배해 먹는 씨앗 전문회사로 발전하고 있다.
아시아종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종자업은 해외시장 개척의 경우 최소한 2~3년이 소요된다. 시험 종자(Sample Seed for the trial)를 내보내서 그 나라 각 지역마다 재배시험을 해야 한다. 각 위도별 지역적응성 검정을 끝내야 자신있게 판매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해외종자회사들과는 1년에 5~6번 정도 만날 기회가 있다. 아시아태평양종자회의(APSA), 국제종자회의(ISF), 미국종자교류회(ASTA) 등을 통해 전 세계에 퍼져있는 종묘회사를 상호 방문한다. 이때 아시아종묘의 우수한 제품들의 샘플을 제공한다.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이사는 “처음 만나도 30분 정도만 종자 이야기를 하게 되면 10년지기 친구처럼 친숙한 가운데 진행되는 것이 종자거래(Seed Business)의 특징”이라며 “전 세계 종자회사들과 서로 가족처럼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 살아남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처음 종자를 수출했을 당시만 해도 해외 시장에서의 평가는 냉혹했다. 이 대표는 “국내 경쟁업체들이 해외시장을 영업하면서 아시아 종묘에는 종자를 만들 수 있는 기술자가 없다”면서 “여기저기서 매입해 수출한다고 거래처에 악선전을 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저질 영업행위를 하는 업체를 찾아 혼내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는 “바이어가 아시아종묘 씨앗이 좋으면 꼭 사주겠지라는 마음으로 해외출장에서 1분 1초를 낭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악선전이 심한 지역에는 뭔가를 보여주고자 연구소장과 직접 출장을 다니기도 했다.
그는 “결국 오늘에 와서는 바이어들이 진실을 알고 아시아종묘의 씨앗을 더 많이 수입해간다”며 “해외영업에서도 악착같은 은근과 끈기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열정과 신념으로 성장한 이 업체는 현재 국립종자원에 신고된 품종만 해도 1000여 가지에 이른다. 아시아종묘 내 전문 육종가들은 수십 년의 경험을 통해 세계 각국에서 재배되고 있는 다양한 채소작물의 씨앗들을 수집하고 분석한다. 그 중 활용 가능한 900여종 이상의 유전자원으로 우수한 신품종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기도 이천에 55억원을 들여 1만5000평 규모의 생명공학육종연구소를 개소했다. 20여명의 연구원들이 컬러수박, 매운 맛이 적고 식미가 좋은 풋고추 등 기능성 과채류 품종 및 다양한 신품종 채소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이 업체는 7년 이상의 육종경험이 있는 육종가를 8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들을 통해 새로운 육종기술을 터득하고 전수받고자 8명의 젊은 생명공학 전공자들이 땀 흘려 신품종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함께 하는 아시아종묘
채소나 화훼종자를 생산하는 종묘회사들에게 날씨는 회사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대표는 “어느 지역에서 종자를 생산하고자 할 경우에는 최소한 최근 3년 정도의 기상데이터를 참고해 어떤 작물, 어떤 품종을 생산할 것인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날씨를 당해낼 수 없다”며 “날씨가 종자 생산의 70%이상을 좌우해 예로부터 종자 생산은 하늘과의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날씨로 인해 종자부족 현상이 일어나면 곧바로 국내 종묘 생산량이 부족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해당 품목에 대한 소비자 가격도 올라가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 업체는 생산지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태국, 인도,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채소종자 생산을 진행해 종자부족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내한성·내서성·포장저항성 등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내성을 가진 품종들을 육성하고 있다.
종자 한류 꿈꾸며 종자시장 개척에 혼신
웰빙 음식으로 불리는 쌈 채소와 새싹비빔밥은 초창기 이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한국에 없는 종자시장을 혼자서 개척한다는 것은 힘든 여정이었다.
첫 번째가 허브(Herb) 종자 시장이었으나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끝났다. 두 번째로 찾아낸 신규 종자사업이 쌈밥집을 전국에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그는 “치커리를 한 박스 들고 가락시장에 가서 홍보를 하는데 가락시장 상인들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여기에 IMF 위기가 몰려오면서 문을 닫는 식당들이 속출할 때였다. 이 대표는 “낮에는 사무실에서, 퇴근 후에는 농장에서, 밤에는 가락시장 채소가게에서 1인 몇 역을 하는 나날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역경을 겪는 중에 허브와 쌈채소가 MBC, SBS 등에 방송을 타면서 씨앗이 팔리기 시작했다. 이때 작은 자금이 생겼다.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종자돈이 생긴 것이다. 쌈채소 재배농가들의 매출이 늘어나 작은 중소기업 정도의 규모로 커지자 신규 아이템을 찾느라고 아우성이었다. 이때가 절호의 찬스였다.
쌈채소 시장을 만들면서 경험했던 것들이 새로운 먹을거리 채소인 새싹채소를 대한민국에서 성공토록 한 원동력이 됐다. 한마디로 채소의 틈새시장 공략이 적중한 것이었다. 종자 매출은 나날이 늘어갔고, 해외시장 개척도 이뤄졌다.
그 결과 아시아종묘는 지난해 12월 무역의 날 행사에서 ‘3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할 정도로 성장했다. 종묘 하나로 300만 달러(원화 약 33억원)를 수출한 것. 이 대표는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직원을 현지에 파견해 시장변화에 긴밀히 대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인도법인 등 각국에 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한편 신품종 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2012년 채소종자를 700만 달러 이상 해외에 판매하기 위한 계획도 세웠다.
그는 “최근 들어 질병의 예방과 다이어트 등이 화두가 되면서 채소는 세계 각국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며 “지역 특산물은 그 지역에 머물지 않고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전파되는 만큼 꾸준히 노력하고 연구하면 더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전 직원들이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해 세계인들의 먹을거리를 책임지겠다는 아시아종묘. 이 대표는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다양한 기능성 채소종자 신품종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며 “인도법인 설립이 완료되고 나면 유럽·러시아·남미 등에도 법인을 설립해 종자산업 분야의 다국적 글로벌 기업을 꿈꾸고 있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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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