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나 한국전력거래소는 날씨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족발집과 날씨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지난 2월 기상청이 개최한 ‘날씨경영 인증제’의 수상 기업과 공공기관 리스트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이었다. 리스트에는 날씨와 도무지 상관없어 보이는 족발집이 포함됐다.
‘날씨경영 인증’제도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이 날씨정보를 다양하게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기상재해로부터 안전성을 획득하였음을 인정하는 제도다.
요식업계로서는 유일하게 날씨 경영을 인증 받은 ‘장충동 왕족발’의 경우, 날씨 정보를 아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장충동 왕족발은 전국 물류네트워크 시스템을 갖춘 160여개 가맹점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다. 이 업체는 계절 수요를 분석해온 결과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린 날에 족발 매출이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비가 오는 주에는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등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영업전략을 썼다.
신신자 장충동 왕족발 대표는 “단순히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되고 변화되는 식품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날씨정보와 가맹점의 매출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 분석해 보니 경영성과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기상청에서 날씨정보로 부가가치 창출하는 기업을 조사한다는 사실을 알고 날씨경영인증을 받기 위해 날씨와 매장매출에 대한 자료들을 준비하게 됐다.
신 대표는 “날씨는 이제 아침에 ‘우산을 가지고 갈까, 말까’의 문제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정보의 수준을 넘었다”며 “이상기후에 따른 기업의 경제적 손실을 막고, 기상정보 활용을 통해 품질 및 마케팅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날씨경영 인증제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 업체는 족발 배달 차량의 온도 역시 날씨 예측을 통해 조절했다. 족발을 신선하게 배달하기 위해서는 배달 차량의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배달 몇 시간 전부터 냉장고를 가동해야 하는데, 날씨가 흐린 날은 온도를 적게 맞추고, 폭염이 내리거나 유난히 더운 날에는 미리 온도를 좀 더 낮게 맞춰놓는 식이었다. 각 가맹점에 직접 냉장시스템이 갖추어진 차량으로 주3회 배송하고 있다.
차량마다 운행기록장치인 GPS추적장치가 있어 배송 시 차량위치, 냉장온도를 실시간 본사에서 체크해 가장 적합한 온도로 가맹점에 제품을 전달하는 것이다. 가맹점에서도 철저한 온도관리로 고객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또한 이 업체는 냉동족이 아닌 생족만을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날씨에 따라 족발 재고 구입량이나 판매 수요량을 사전에 예측하는 일이 중요하다.
신 대표는 “장충동 왕족발은 냉동족이 아닌 생족만을 쓰기 때문에 재료구입량에 신중을 기해 족발 수요량을 사전 예측하는 과정에 한파나 장마 등의 날씨요소가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임직원 회의에서도 날씨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다. 회의자료에 기상정보가 담겨 있다. 그는 “본사에서 매주 시행하는 임원회의, 영업회의 때 회의자료로 기상정보를 가장 먼저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식업계에서는 유일하게 날씨경영인증 기업이 된 장충동 왕족발. 처음엔 날씨경영인증이라는 것이 생소했다.
신 대표는 “요식업체가 날씨정보로 경영인증을 받는 것이 생소하다 생각했지만 회사 경영과 매출에도 관계가 있다는 자료를 보고 날씨정보가 정말 중요하단 생각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계절적 특성에 따라 상품 기획이나 전략도 달라진다. 여름철에는 시원한 냉채족발을 많이 준비하고 겨울철에는 매콤한 양념족발의 공급에 치중하게 된다. 계절별로 입맛에 맞는 제품개발도 한다.
날씨경영인증 받고 난 후부터는 날씨에 대한 정보에 더 촉각을 세우고 매출계획과 원자재 매입 등 경영전반에 활용을 하고 있다. 아울러 가맹점에도 주간날씨 동향 등 자료들을 알려주고 날씨정보를 제품주문 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날씨를 활용한 성과는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날씨가 추운 날에는 배달음식의 매출이 오른다는 속설이 있긴 하지만 지난 겨울 이 업체는 전년동기 대비 20%이상 매출 신장을 이뤘다.
신 대표는 “날씨와의 연관성을 무시할 수 없는 식품업계의 경우는 그날 그날의 날씨정보 뿐만 아니라, 계절별 장기전망예보까지 수집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도 각 매장들이 날씨정보를 활용해 고객 만족과 매출신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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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