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나 의류업체들은 날씨와 동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일본의 패션업체 유니크로는 2001년 가을과 겨울사이의 간절기가 유난히 길어질 것이란 장기예보를 활용하여, 얇고 포근한 폴라폴리스 점퍼 1,500만 장을 생산하여 보름만에 팔아치웠다. 단일품목으로선 최단기간의 최대판매 기록이었다.

 

한편 영국의 패션전문 유통업체인 막스&스펜서가 주주총회에서 날씨경영에 실패한 최고경영자를 해임한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일화다. 날씨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탓에 의류 생산량을 늘려 재고부담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의 상반된 이야기는 말 그대로 날씨 때문에 운명이 뒤바뀐 상황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미 선진국의 패션업계에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기상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제품과 기상요소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판매 전략을 세운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의류업체에서 중장기 기상정보를 활용한 결과 매출액의 5~20%가 증가했고, 잘못된 날씨정보로 인한 lost sale(고객이 제품을 원할 때, 그 장소에 제품이 없어 다른 물건으로 대치하거나 구입을 포기한 것)의 10~30% 정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국내 의류업체들 역시 매출의 극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류의 경우 한 시즌을 앞서 준비하는 상품이다. 또한 계절에 민감한 소비자들 탓에 엶에는 6월의 기온이 높을수록 겨울에는 11월의 기온이 낮을수록 전체 의류매출은 증가한다. 그래서 업체들은 특히나 장마철과 겨울철의 날씨전망에 가장 관심이 많다.

 

만약 의류업체에서 미래의 날씨만 제대로 예측할 수 있다면 상품의 생산량 조절, 디자인과 원단 선택은 물론이고 출하시기와 판매시즌도 결정이 가능하다. 또 세일기간을 정하거나 연간 프로모션 계획을 수립하는 일, 재고 관리까지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패션업체들은 날씨와 관련한 마케팅을 펼치고 기상예보를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닉스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상품 기획으로 패션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닉스의 날씨경영에 있어 핵심은 기상요소에 따른 매출을 분석할 수 있는 ‘기상 상관 전산 시스템’ 이다. 먼저 1999년부터 현재까지 기온, 강수일수, 체감지수 등의 기상요소와 아이템, 스타일, 컬러 등 주요 패션요소들 전국 13개 지역으로 구분하여 데이터베이스화 했다. 다음으로 기상요소의 변화에 따른 연간‧월간 매출의 비교와 선호 스타일, 컬러 등을 시즌별로 상세하게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수요 예측 시스템의 개발은 매일의 기상요소와 매출에 대한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이를 통해 날씨에 따라 어떤 상품의 매출 빈도가 높은지, 고객의 소비 심리는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가능케 되었다.

 

또 상품의 체계적인 물량 조절로 재고 부담을 덜었으며, 앞으로의 날씨전망에 따른 새로운 상품의 마케팅 전략까지도 미리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이 밖에도 닉스의 한 브랜드인 쏘베이직은 주 단위로 날씨에 따른 스타일링을 새롭게 해주며 컬러와 소재를 효과적으로 변화시켜 주었다. 그 결과 긴 장마기간 동안에도 많은 아이템들이 5차 리오더까지 진행될 만큼 일기를 몰았다.

 

또 제일모직이나 LG패션의 경우 장기예보를 시즌별 상품 기획에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매장 VMD(Visual MerchanDising)와 마케팅에도 날씨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상당한 매출 증대 효과를 보았다.

 

매장의 디스플레이어에 날씨를 활용한 대표적인 업체로는 패션의류 제조회사인 데무가 있다. 기상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여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바꿔주는 전략을 내세웠다. 같은 가을이라 할지라도 날씨가 좀 쌀쌀해지는 날이면 니트나 바바리를 반대로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 남방이나 블라우스를 전면에 진열한다. 어떻게 디스플레이 하느냐에 따라 매출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을이 짧고 겨울이 일찍 찾아올 것이란 날씨 전망에 따라 니트 3,600장을 일찍 출시해 61%를 판매하는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날씨가 영업상무란 말이 있다. 이것은 음료나 주류, 에어컨 생산업체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치열한 패션업계에서도 매출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는 다름 아닌 날씨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