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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로 어머니 효도관광을 보내드렸는데요. 그곳 날씨가 어떤지 마음이 편치 않네요.”
오전 7시. 부산에 사는 A씨는 전화기를 들어 131 버튼을 눌렀다. 어머니는 날씨가 조금만 궂어도 관절염을 호소하는데 일정 중에 행여 습도가 높진 않을지, 비가 조금이라도 내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보고, 뉴스에 나오는 날씨정보를 보며 강원도 날씨를 체크했지만 불안이 가시지 않았다.
131 콜센터는 날씨 걱정을 하는 사람들의 불안을 맞춤형으로 해소해 준다. 기상청에서 나온 예보를 토대로 상담사들이 고객이 원하는 지역, 원하는 시간대의 날씨를 세세히 설명해 준다.
기상예보뿐 아니라 날씨에 대한 걱정과 기대도 상담의 주된 내용이다.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기 위해 기상예보를 알려는 사람부터, 날씨에 따라 주머니 사정이 달라지는 택배기사와 택시운전 기사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날씨 상담을 받고 하루 계획을 짠다. 하루 상담양만 해도 9000여건이 넘는다.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로 운영해도 모자랄 정도다.
특히 올해는 이상기후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문의전화가 24%나 증가했다. 콜센터 장명도 센터장은 “비상근무 때는 상담사들이 3시간 연장근무를 하는데, 올해 여름은 비상근무가 아닌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상담사는 모두 50명이다. 가장 경력이 오래된 상담사는 심연 씨(53)로 현재는 상담 업무의 방향을 결정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 2008년 초창기 멤버로 들어와 3년 동안 다양한 고객들에게 날씨를 상담했다.
그가 겪은 고충과 기쁨도 경력만큼 농도가 짙다. 그는 “콜센터라는 명칭 때문에 자칫 일반 기업의 AS 상담센터처럼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상예보가 틀렸을 시에 사과를 요구하거나, 피해를 호소하며 욕설을 퍼붓는 경우는 막막하다”고 말했다.
서비스업이 가진 스트레스 때문에 사무실 옆에는 안마의자와 수면실이 마련됐을 정도다. 기상정보의 가변성으로 항의전화는 다른 업종과 비교할 수 없다.
반면 직업이 주는 보람도 작지 않다. 심씨는 상담사가 되기 전 30년 동안 기상캐스터로 일했다. KBS, 교통방송, SBS, 경인방송 등 채널만 바꿔가며 꾸준히 기상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스튜디오에서 벗어나 날씨의 최전선에 배치된 셈이다”며 “불특정 다수가 아닌 개개인을 위한 1대 1 기상캐스터가 된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날씨상담가로서 일하며 그가 느낀 가장 큰 보람은 사람들이 왜 날씨 정보를 알고 싶은지, 그 안의 니즈는 무엇인지 대화하듯 더 가깝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상담 사례는 군대에 있는 아들을 면회 가려는 엄마와의 전화통화를 떠올렸다. 서울 날씨가 좋지 않아야 휴가를 낼 수 있는데 혹시 강수확률이 어떻게 되냐는 걱정스런 물음이었다.
위성사진과 레이더망을 통해 전망된 날씨 정보와 구름의 움직임 등 전문적인 정보를 최대한 쉽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100% 정확한 기상예보는 불가능할지라도 막연한 불안과 걱정을 조금이라도 더는 것이 진정한 날씨예보란 신념 때문이다.
다른 상담사들도 마찬가지다. 131 콜센터 상담사들은 기상청에서 시시각각 쏘아 올리는 예보를 고객에 맞는 맞춤형으로 변환해 24시간 ‘생방송’으로 전달한다. 요즘처럼 이상기후가 계속될 땐 상담 전화가 빗발치는 탓에 상담원 모두 휴가도 자진반납했다.
이제는 콜센터에 오는 상담전화가 누군가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어느 상담사의 말이다.
“요즘 같은 때엔 날씨 상담이 비를 피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람의 목숨을 살릴 정도로 중요졌다는 점을 피부로 느껴요. 날씨 상담사들에겐 보고 읽을 프롬포터도 스포트라이트로 없지만 우리의 예보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린다고 생각하면 전화 한 통도 허투루 받을 수가 없더라고요.”
131콜센터는 오늘도 국민들의 날씨 불안감 해소를 위한 든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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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