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가운전자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42km. 하루 평균 주행시간은 100분이라 한다. 매일 도로 위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명절이라도 되면 끝없이 밀리는 차량 행렬로 장시간을 차 속에서 보내게 된다. 그런데 설상가상 날씨까지 좋지 않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심각한 교통체증도 문제겠지만 악기상으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은 더 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설날 무렵의 해빙기에는 날씨가 시시각각 변하면서 노면상태에 영향을 주어 사고를 일으키기 쉽다. 해빙기에는 지역에 따라 눈, 비가 엇갈려 내리기도 한다. 예컨대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비가 오는데 영동 산간지방에만 10~20cm의 폭설이 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때 출발지 날씨만 생각하고 전혀 눈길에 대비를 못했던 차량들은 영동의 산악도로에서 큰 낭패를 겪을 수 있다. 이것이 다른 차량들에게 위험 요소가 됨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해빙기에는 도로의 위치가 음지냐 혹은 양지냐에 따라 노면상태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유행어마냥 아침, 점심, 저녁 그때그때 달라지는 노면상태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설령 도로의 눈이나 얼음이 녹아서 깨끗한 상태라 할지라도 높은 산이나 언덕 등으로 가리워진 부분은 그대로 얼어 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교통사고 통계분석 자료에 따르면 교통사고는 이상노면에서 사망자 비율이 더 높다고 한다. 건조시의 치사율이 2.9%인 반면 결빙시에는 3.7%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습기 3.6%, 적설 3.1%의 순이다. 이는 사고발생률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상노면은 사고시 사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더 위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위험요소는 따로 있다. 지난 2001년 2월 자유로의 차량 100여 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바로 안개 때문이었다. 교통사고는 시정 2km 이하에서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안개가 발생하면 노면상태도 문제겠지만 일단 시계상태가 나빠진다. 이때는 무려 가시거리가 10m도 채 되지 않을 정도의 짙은 안개가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명절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거리의 단축성과 편리함 때문에 많은 차량들이 찾게 되는 고속도로의 경우 날씨로 인한 사고 위험은 더욱 크게 나타난다.
고속도로는 다른 도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행속도가 높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인명피해가 크거나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교통사고 발생률은 일반도로가 높지만 치사율은 고속도로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게다가 복잡한 네트워크 형태인 도시교통과는 달리 한 방향으로만 향하게 되는 도로의 특성상 문제가 발생하면 꼼짝없이 그 자리에 발이 묶여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때문에 집중호우로 인한 도로 침수와 산사태 발생 그리고 폭설로 인한 도로 마비 등은 고속도로 이용자나 운영자 모두에게 치명적인 장애 요인이다. 이는 2004년 3월 폭설로 큰 피해를 입은 후 ‘고속도로에 적설량이 10cm 이상이 되면 무조건 도로관리기관이 통행제한을 실시할 것’을 법으로 정하게 된 것만 보더라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러한 고속도로 이용객의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고 도로의 유지보수 업무를 과학화를 위해 오래 전부터 기상정보를 적극 활용해오고 있다.
전국 고속도로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지적인 폭우나 폭설의 위험에 대비하여 도로 주요 구간에 기상관측 장비를 설치, 노선별 기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재해 대비나 복구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또 민간기상업체로부터 받은 고속도로 기상예보는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예를 들어 강우량 예보가 있으면 비탈면이나 배수구 등 노선 순찰을 강화하고, 예상되는 강설량에 따라 제설작업에 대한 계획을 사전에 세워두는 것이다.
이 정보는 공사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제공되어 고속도로의 이용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예전에는 오늘의 날씨와 대략적인 교통상황 정도만 파악하여 길을 떠나다 보니 먼 길을 떠나는 운전자들은 늘상 불안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노선을 선택하면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구간별로 날씨와 교통상황의 통합적인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단 5분 정보만 인터넷 앞에 앉으면 안전운행에 든든한 동반자를 하나 얻어가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도로공사는 기상정보의 활용을 통해 경제적인 이득까지 챙길 수 있었다. 기존의 기상정보 수집 방법에 비해 수집시간의 단축과 통신요금 절감 그리고 유지보수의 과학과로 손실을 최소화함으로써 무려 309억 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도로공사의 노력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 각종 도로관리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여 재난이나 도로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재난 도로통합시스템’ 구축이 한창이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폭설이나 수해 같은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 기상과 교통정보 등 현장상황의 입체적인 파악과 재난 관리가 가능해진다고 한다. 고속도로 이용객들은 자신의 차량에서 기상여건, 교통상황, 재난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도 있다니 유비쿼터스 개념이 결합된 최첨단의 날씨경영 시대가 열리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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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케이웨더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