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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주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바 있다.

 

주요 의제였던 모든 국가들이 202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준비해 2015년 개최되는 제21차 당사국총회 이전까지 제출할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문안은 합의됐다. 그러나 각 나라가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일반적으로 사용해 온 ‘공약한다(commitment)’는 표현 대신 구속력이 떨어지는 ‘기여한다(contribution)’는 표현이 사용돼 실질적 구속력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5차 보고서 내용대로라면, 현재와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2100년이면 1986~2005년보다 평균기온이 3.7℃ 오르고 해수면은 63cm 상승하게 될 전망이다. 해안 도시들이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전 세계 과학자 및 전문가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에서도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를 효과적으로 감축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2015년부터 시행 예정으로 있다. 또한 배출권거래제와 유사하고 관련도 있는 수도권 대기오염물질 배출권거래제와 신재생에너지 인증서 거래제는 이미 시행 중에 있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온실가스 감축정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2013 제2회 온실가스 시민·전문가 포럼 최종보고회’를 지난 12일 서울 연세대학교 동문회관에서 개최했다.

 

 

 

이날 황윤섭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가 ‘배출권거래 시장안정화: 양적 정책 또는 질적 정책’이란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황 교수는 배출권 가격 변동성 완화를 위한 정책 대안이 마련돼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EU 등 배출권 거래 가격 변동과 안정화 정책 대안을 비교해 국내 거래제에 대한 시사점을 모색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국내·외 배출권 가격안정화 정책과 가격 변동성 현황, 원인 등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배출권 가격 결정 요인에 대해 “배출권 가격은 주로 수요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 결정요인에는 날씨(기온·강수량), 거시경제상황(고용·물가·국제금융), 산업생산활동, 에너지 시장(천연가스·유가), 에너지기술개발 등이 있다. 이들은 높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요인들이다. 이 중에서 에너지와 배출권 가격 변동성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은 EU 시장과 미국산성비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인다. 황 교수는 “실제로 EU의 배출권거래제 운영 과정에서 배출권이 무상으로 과잉 할당된 가운데 경기침체까지 겹쳐 배출권 수요가 감소했고 가격도 급락한 사례가 있다. 배출권 가격이 급락하게 되면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설비와 사업투자보다는 손쉬운 배출권 매수 전략을 택하는 게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며 “이에 따라 낮은 온실가스 감축비용 실현을 위해 가격안정화에 대한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산성비 프로그램은 산성비의 원인인 질소산화물과 아황산가스에 대한 배출 상한선을 설정하고 배출업소 간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로, 미국은 1990년부터 이와 관련된 발전시설을 도입·시행하고 있다.

 

이어 배출권거래제의 가격안정화 대책 필요성에 대해 황 교수는 “지구온난화와 같이 일정 수준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는 경우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효과의 확실성을 보장하는 배출권거래제가 실시된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비용의 급격한 상승 또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재 선호되고 있는 정책수단인 탄소세 등을 배출권 거래제에 도입해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탄소세란 CO₂(이산화탄소)에 의한 온난화 방지를 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 석탄 등 각종 화석에너지의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세금 때문이라도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환경보호를 가능케 하자는 취지가 포함돼 있다.

 

황 교수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거래기간 배출권의 차입·이월 허용, 안전장치를 통한 배출허용량 조정을 통한 가격 안정화 유도 등을 강조했다. “온실가스 예비분을 이월시켜 일부 사용을 허용함으로써 시장에 대한 배출허용량 조정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차입, 상쇄, 일시적 가격상한제 도입 등을 허용하면 시간과 장소의 유연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하지만 최소 또는 최대 보유한도의 설정, 차입 등의 조정기준과 방법에 대한 사전적 지침이 필요하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적정수준의 배출권 거래가격 제시와 예측정보 제공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션 1이 끝난 후 패널들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순천대 농업경제학과 이상호 교수·경북대 경제통상학부 정기호 교수·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부 박영구 교수·대진대 디지털경제학과 신영철 교수·에너지경제연구원 임재규 박사 ⓒ신정아
 
“한국, 국가배출량 산정에서 선도적 방식의 접근 필요”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국가 단위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지침으로는 크게 1996년과 2006년 IPCC 가이드라인(이하 GL)이 있다. 2006년 IPCC GL은 2015년부터 따르도록 하는 논의가 최근 국제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온실가스 인벤토리란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도록 배출원을 규명하고 각 배출원에 따른 배출량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통계시스템이다. 측정대상에 따라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와 기업 온실가스 인벤토리로 구분할 수 있는데, 국가 및 기업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해 사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국가 또는 기업의 배출량이 얼마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이승훈 안양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가 ‘2006 IPCC 가이드라인 및 신규배출원을 고려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예측연구’란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인벤토리는 주로 1996년 IPCC GL에 따라 산정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배출량 산정지침은 2000년도 GPG(Good Practice Guidance·우수실행지침)를 적용하기도 한다”며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의 배출량 산정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지침을 적용해야 상대비교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2015년부터는 국내서도 IPCC 2006 GL을 적용하고자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일부 부문에서는 활동 자료의 부재와 산정방법론의 미확정 등으로 IPCC 2006 GL 적용에 한계가 있다”며 “이에 따라 2006 GL 적용 시 배출량의 변화량 또는 변화 가능성 예측이 있어야 한다”며 2006 IPCC GL·신규배출원을 고려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예측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배출량 산정 방법 검토 및 신규배출원 배출량 산정과 관련, “기존 연구보고서의 내용 보완으로 인해 생기는 배출량 증감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GL 변경으로 생겨나는 추가 또는 삭제되는 배출원을 검토해 신규배출원 배출량을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이에 따라 석유화학 공정 배출량 산정 방향을 잡고, 추가배출원 및 활동자료, 배출계수 적용상의 문제점 및 개선안 도출 등의 내용을 연구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기대효과로 이 교수는 “배출량 산정 시 IPCC 2006 GL을 따르는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로 전환할 경우, 국내 활동자료 부재라든지 산정방법론 미확정 등  한국이 가지고 있는 취약부문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쉬워진다”며 “국가 배출량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 시 기초자료로도 활용 가능하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작성 등에도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IPCC 2006 GL은 기후변화협약 가입 당사국 간의 국가배출량에 대한 공통된 배출산정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는 해당 국가 간 배출량 비교·평가를 쉽게 하기 위한 지침으로 최소 만족기준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따라서 교토의정서 온실가스 감축의무 대상국에서 제외된 한국으로써는 국가 간 비교·평가를 통한 배출량 산정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NON-ANNEX-Ⅰ(※) 국가이기 때문에 국가배출량 산정 시 IPCC 2006 GL이 의무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연결하는 중추적인 국가로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대응의 요충국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중”이라며 “GCF(녹색기후기금), GGGI(녹색성장연구소) 등이 유치된 국가이므로 비록 개도국의 위치라도 이제는 타 국가보다 선도적인 방식의 접근이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렇기 때문에 배출량 산정의 정확도를 높이되 우리나라의 특성이 IPCC GL에 제시 될 수 있도록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NON-ANNEX-Ⅰ는 교토의정서 중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는 국가를 말한다. OECD 국가 중 한국·멕시코가 해당한다. 

 

신정아 온케이웨더 기자 jungah63@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