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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하반기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에 대해 정부·시민단체·소비자단체·학계가 모두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 구간, 보조금·부과금 금액, 도입 시기 등과 관련해서는 이견이 있었으나 최근 공청회·간담회 등을 통해 점차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최봉홍(새누리당) 의원은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저탄소차 보급정책 성과보고회 및 의견 수렴회’를 지난 2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저탄소차 보급 정책 자문단을 비롯해 소비자단체·유관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해 이 정책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박연재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중 중·대형차의 비중은 62%(지난해 기준)에 달한다”면서 “중·대형차량은 경·소형 대비 1.4~2.6배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온실가스를 과다 배출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역효과를 가져다 준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소형차 비중은 38%로, 유럽(54%)보다 16%포인트 낮다. 특히 에너지 소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수동변속 차량 비중은 3.5%밖에 안 돼 87%인 유럽에 비해 극히 적은 상황이다. 박 과장은 “도로교통 부문 중 승용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57%를 차지하는 만큼 승용차 부문 온실가스 저감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탄소배출량이 적은 경·소형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탄소배출량이 높은 중·대형차량 구매자에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정부는 프랑스에서 성공을 거둔 ‘Bonus-Malus(보조금-부과금) 제도’를 벤치마킹해 이 제도를 고안했다. 프랑스에서는 Bonus-Malus 제도 시행 이후 연간 판매차량의 CO₂평균배출량이 1년 사이 9g/km 감축(2007년 149g/km→2008년 140g/km)되는 획기적인 효과를 얻었다. 제도 시행 이전 프랑스의 차량 CO₂평균배출량은 한해 1g/km 감소에 그쳤었다.

 

박 과장은 “제도와 관련해 공청회, 시민단체 대상 토론회, 소비자단체 간담회, 자동차 파워블로거 초청 간담회 등을 열고, 국내외 자동차 제작사들과도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끊임없이 의견 수렴을 해 왔다”면서 “이견이 있었던 구간, 금액, 시기 등과 관련해서도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공적 제도 시행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획재정부는 Bonus-Malus 제도 시행 후 3년간 총 7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본 프랑스 정부의 선례가 우리나라에 나타날 것을 우려해 신중히 접근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자동차업계와 지식경제부는 산업경쟁력을 고려할 때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2015년까지 제도 시행을 미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2015년까지 자동차의 연비·CO₂규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탄소차 부담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이중적 규제이며 산업계에 부담이 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박 과장은 “프랑스의 경우 예측보다 훨씬 많은 소비자들이 저탄소차 보조금 구간으로 옮겨온 탓에 막대한 손해가 난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같은 선례를 따라가지 않기 위해 내년 저탄소차 보조금 세출은 1515억원으로, 세입은 2700억원으로 책정했다”고 강조했다. 예측보다 많은 소비자가 보조금 구간에 몰릴 경우 나머지 1200억원으로 보조금을 보탤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또 “세계적 자동차 시장의 흐름이 탄소배출량 저감으로 가고 있는 만큼, 저탄소차 협력금제도의 빠른 시행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기술개발을 유도해 장기적으로는 산업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은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승용차 구입시 주요 고려사항으로 가격, 유지비용 등 경제적 여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서 “저탄소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면 중형차 구매자들을 소형차로 끌어오는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사무처장에 따르면, Bonus-Malus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전문가의 75.8%, 일반시민의 67.4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저탄소차 구입 의향에 대해서는 일반시민의 46%가 ‘있다’고 답했고 42%가 ‘모르겠다’고 답했다. ‘없다’는 11%에 그쳤다. 그는 “‘없다’고 답한 시민들의 대부분은 ‘저탄소차’ 자체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면서 “저탄소차의 필요성과 효과성에 대한 홍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공동대표는 “환경부가 이 제도 추진을 시작한 지 올해로 4년째다. 현 정부가 NGO들과 많은 불화를 겪었지만, 이 제도만큼은 NGO는 물론 소비자단체와도 뜻을 같이하고 있는 만큼 올해 안에 꼭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차량 구매와 관련된 금융프로그램을 저탄소차 협력금제도와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론에서 “제도 도입 자체와 목적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재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내년 경기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면 업계의 충격이 클 것”이라면서 “업계는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입장이었으나, 환경부의 추진 의지가 매우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