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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환경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저탄소사회 구현을 위한 탄소라벨링 제도의 보급·확산에 대해 논의했다.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달 3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아시아지역 탄소라벨링 확산을 위한 ‘아시아 탄소발자국 세미나’를 개최했다.

 

탄소발자국이란 개인이나 단체, 제품 등이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총량을 말하며, 탄소라벨링은 원료 채취, 생산, 유통, 사용, 폐기 등 제품 전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표시하는 제도다.

 

이번 세미나는 일본, 대만, 프랑스 등 현재 탄소라벨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들의 탄소라벨링 운영 경험과 향후 계획들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윤승준 환경산업기술원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나라의 탄소성적표지제도 운영 경험이 아시아 각국에는 유익한 선례가 되고 있다”면서 “국내의 인증기준이 국제적으로도 공인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제도와 제품이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기조 발표에 나선 이건모 아주대 교수는 “모든 제품의 전 과정에 걸쳐 탄소 배출과 자원소비가 발생하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하지 않으면 사회, 경제, 환경 모든 분야에서 막대한 비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결단력 있고 강력한 국제적인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조치가 지연되는 경우 위험성과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그는 정확하고 간편한 방법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산출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모든 종류의 제품에 적용 가능한 산출 지침과 인증 획득을 위한 단순한 절차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일본 내 탄소발자국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현황’을 발표한 일본 산업환경관리협회(JEMAI) 야마기시 겐(Ken YAMAGISHI) 담당자는 일본의 산업환경관리협회는 워킹그룹을 구성해 제품 수준이 아닌 산업 수준의 환경경제효율 표준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Eco-Leaf 프로그램은 ISO 14025(환경국제규격)에서 정의한 Type III 라벨링 프로그램으로 협회에서 3년간 시범사업을 거쳐 2002년 공식 출범한 제품 전 과정의 환경정보 인증제도”라고 소개했다.

 

일본은 Eco-Leaf 프로그램을 통해 복사기, 프린터, 팩스, 노트북PC, 카메라 등에 대한 환경정보 작성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이 지침에 따라 작성·검증된 정보는 데이터시트 형식 또는 요약정보 제품라벨 형식으로 제품과 함께 사용된다. 올해 현재 73곳 기업체의 1078개  제품에 대한 환경정보가 Eco-Leaf 인증을 받은 상태다.

 

‘대만의 탄소 발자국 인증 개발’이란 주제로 발표한 환경개발재단(EDF, Environment and Development Foundation) 친유팅(Chin-Yu TING) 담당자는 “대만은 2008년 6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 지침이 통과되면서 에너지 절약 및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수립했다”며 “개인의 탄소 발자국을 하루 1kg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0년 3월 대만 행정원 환경보호서는 ISO 14040(환경경영 전 과정평가) 시리즈와 PAS 2050(국제적 탄소 배출량 기준)을 바탕으로 하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탄소 발자국 산출 지침을 발표했다. 그는 “대형 할인마트에서 판매되는 음료, 식품, 비스킷, 세정용품 등 식품 및 생활용품류에 우선으로 탄소라벨링 부착이 실시됐다”며 “휴대폰과 가전제품 등의 경우 해외 탄소라벨링 선진국가의 활용과 국제동향을 참고해 적합한 제품 탄소 인증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서흥원 환경부 기후변화 협력과장은 ‘한국의 탄소성적표지제도 정책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국내 탄소라벨링은 ‘환경기술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8조와 ‘탄소성적표지 인증업무 등에 관한 규정’ 제3조에 의거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환경부로부터 탄소성적표지제도 운영을 위탁 받아 추진하고 있다.

 

서 과장은 “탄소성적표지는 탄소발자국을 공인한다는 인증마크로 제품의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량으로 계산해 공개함으로써 생산자나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저감 노력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제도”라며 “생산자는 제품·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소비자에게 저탄소 녹색소비를 촉진시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탄소라벨링을 시행하는 국가는 11개국으로 증가추세에 있으나 아직 국제표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서로 각기 다른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인증제도의 운영주체가 정부기관인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대만,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고 프랑스를 제외한 나머지 유럽국가들은 비영리 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생산 제품에 대해 이산화탄소 환산량과 향후 저감 실천계획을 환경부 산하 환경산업기술원에 제출한 뒤 전문위원 심의와 현장심사 등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제품 생산자들은 제도에 대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비용부담과 인센티브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만 하는 단계에 그치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서 과장은 “탄소성적표지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다른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제도 시행 범위를 더욱 넓혀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례로 녹색 소비문화 확산을 위해 7월부터 출시한 그린카드로 탄소성적표지 인증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추가 포인트(에코머니 1~5%)가 지급된다”면서 “향후 ‘녹색제품 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 시 저탄소 상품도 포함될 수 있도록 해 공공부문에서의 소비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탄소라벨링 제도가 활성화된 프랑스 이동통신사 오렌지(Orange)사의 데니스 지바드(Denis Guibard) 부사장이 특별 참석해 유럽 기업들의 탄소라벨링에 대한 관심과 인증사례에 대한 발표도 진행했다.
 
데니스 지바드 부사장은 “프랑스 현 환경정책의 큰 줄기 중 하나가 자연친화적 제품·설비 촉진”이라며 “장기적으로 환경 관련 인증은 대세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 일부 업체들은 이미 자체 인증 제도를 도입한 상태”라고 전했다.

 

오렌지社는 제품 사용 정보 외에도 휴대폰 기종별 에너지 소모량, 재활용 가능성, 위해물질 포함 여부 등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환경정보를 제공한다.

 

데니스 지바드 부사장은 “보다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납품업체에 설문조사를 실시해 환경점수를 제공한다”며 “새로운 환경을 위한 혁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국내 녹색소비 활성화를 위한 대형 유통매장의 역할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임효섭 롯데마트 동반성장전략팀장은 “롯데마트는 에너지 절감 19개 항목을 지정해 실천함으로써 최근 3년간 4만5000t의 온실가스 발생을 억제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으로서 친환경 녹색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됐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유통업계 최초로 환경부의 ‘전기차 충전인프라 시범사업’에 참여해 잠실점, 구로점, 제주점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했다. 또한 전국 39개 매장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해 태양광 발전을 통해 연간 475만kw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그 결과 롯데마트는 환경부로부터 국내 유통업체 중 최대 규모인 32개점을 녹색매장으로 지정 받았다.

 

또 지난해 7월부터 녹색소비 문화 확산을 위해 ‘그린카드 제도’에도 참여하고 있다. 300여개의 친환경 녹색상품에 최대 20%의 에코머니 포인트를 상시 부여해 녹색상품의 소비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임 팀장은 “앞으로도 에너지절약 시설을 보강하고 녹색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녹색경영을 실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