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 녹색성장 > “저렴한 혁신기술 보급해 개도국 녹색성장 도와야”

박희경 카이스트 교수는 6일 KOICA(한국국제협력단)·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주최로 개최된 ‘기후변화 ODA(공적개발원조)의 현재와 미래 포럼-동아시아기후파트너십 성과를 바탕으로’에서 ‘물 분야 ODA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그동안은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해 경제성장을 이뤄오면서 환경 파괴도 뒤따랐지만, 녹색성장을 통해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가능해 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박 교수는 미국의 GDP성장과 에너지소비량을 비교한 그래프를 제시했다. 그는 “1970년대까지는 GDP가 성장할수록 에너지 사용도 증가했으나 그 이후부터는 GDP가 계속 성장하고 있음에도 에너지 소비량은 줄어들고 있다”면서 “경제성장과 자원소비를 탈동조화(decoupling)하는 것이 녹색성장의 핵심이며, 개도국에서도 이러한 녹색성장을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선진국들이 추진하고 있는 고연비·고효율 제품개발 등 ‘혁신기술’을 통한 녹색성장은 개도국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도국 대부분의 국민들이 최하 소득계층에 속해있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드는 혁신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들이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 보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 없이 몸을 움직여 물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핸드 펌프’, 냉장고를 대신할 수 있는 ‘항아리 속에 항아리’ 등과 같은 저렴한 혁신기술을 보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도국 폐기물 분류체계 없어…토양·물 오염에 주민 건강까지 위협

▲이종현 한국환경공단 해외사업팀장

이종현 한국환경공단 해외사업팀장은 “개도국에는 유해 폐기물에 대한 분류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팀장은 ‘폐기물분야 ODA 필요성’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같이 말하며 “개도국의 폐기물은 폐기물 자체의 문제 뿐 아니라 토양·물의 2차적 오염을 발생시켜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등 인권문제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개도국의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협력체제의 ODA를 통한 폐기물 정책 수립, 쓰레기 매립장·소각장 등 환경기초시설 마련 등 다양한 국제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도국에는 폐기물 관리에 대한 법적·제도적 기준이 없는 데다 잦은 정치적 상황 변화로 환경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며 폐기물 ODA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는 또 “개도국의 경우 환경 문제에 대한 우선순위가 낮다 보니 그에 대한 재정적 기반도 매우 취약하다. ODA를 통해 2년 정도 계속 소모품을 지원했는데도 이후에 그것을 스스로 유지·관리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과거(20여년 전) 우리나라도 외국의 원조를 받아 환경 시설을 설치했었는데, 그 시설을 유지·관리하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의 경우 환경에 대한 인식이 낮아 ODA의 성과를 거두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향후 폐기물 분야 ODA는 시민·NGO 등 커뮤니티 교육을 통한 사회 전반적 환경의식 재고, 개도국 공무원 초청 교육 등 연수사업 확대 등의 방향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이 팀장은 밝혔다.

한편, 서울 중구 소재 포스트타워에서의 이날 포럼은 2008년부터 5년간 총 2억달러(약 2000억원) 예산으로 수행되고 있는 ‘동아시아기후파트너십(EACP)’의 공식 종료 해를 맞아 열린 것이다. 포럼에서는 동아시아기후파트너십의 성과 공유와 함께 물·폐기물·산림·저탄소에너지·저탄소도시 분야에 대한 ODA현황과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베트남·캄보디아 등 개발도상국 환경 공무원,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영국 국제개발부(DFID) 등 국제협력기구, 유관기관 및 학계 전문가 200여명이 참석했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