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을 했다는 지난 4년 간 환경평가지수는 추락하고, 온실가스 배출은 늘었다. 녹색성장이 환경을 지키는 것은 등한시하고 산업 육성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녹색성장은 향후 60년을 위한 거대한 성장 움직임이다. 3년이 조금 지난 이 시점에 성과를 묻는 것은 너무 이르지 않나. 녹색성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함과 동시에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세계환경의 날인 5일 창립 3주년을 맞아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저탄소 녹색성장 4년- 평가와 대안’ 세미나에서 나온 평가들이다. 특히 이번 세미나에는 녹색성장위원회 관계자가 직접 발제자로 나서는 등 시민단체와 정부 간에 작지만 의미 있는 소통도 이뤄지는 모습을 보였다.

 

 

 

 

유복환 녹색성장위 기획단장은 “우리나라는 과거 60년간 공장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로 성장하는 이른바 ‘갈색성장’을 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어렵다고 보고, 향후 60년 간 ‘녹색성장’을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기획단장은 “60년을 보고 가는 녹색성장에 대한 성과를 이제 3년이 조금 지난 이 시점에 묻는 것은 너무 이르지 않나 생각한다”면서도 “지난 몇 년간 녹색성장 정책이 추진된 이후 기존의 에너지 집약적, 탄소 의존적이었던 산업들이 점차 친환경적 산업으로 전환되어 가는 계기는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정책을 시행한 기간이 짧건 길건 그 목표가 달성됐는가를 평가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하는 동안 온실가스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GDP단위 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개선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다른 부문에서 그 효율을 훨씬 더 상쇄할 만큼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유 기획단장은 이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 추진 성과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2010), ‘스마트그리드법(2011)’ 등 ‘녹색성장 4대법 제정’과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시행 등 ‘온실가스 감축 체계 마련’을 들었다.

 

이에 대해 안 소장은 “방향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법제도 기반을 확충한 것은 사실”이라며 “환경 세수 비중 감소, 녹색 R&D 부문 투자 증가는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3대 수출품목(자동차·조선·반도체)의 수출액을 상회하는 에너지 수입액(에너지 97% 수입 의존)은 변한 게 없고, 1인당 물 사용량과 폐기물 발생량도 늘어나고 있다”며 재생가능에너지 비율과 증가속도는 ‘창피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그동안 녹색성장과 관련해 MB정부가 발표했던 내용을 뜯어보면 1982년 유럽의 ‘생태적 근대화’ 담론과 상당히 유사하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두 개념 모두 ‘성장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하며 “성장의 경로나 방식이 문제일 뿐, 성장 자체에는 제약을 둘 수 없다는 이론”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본래 녹색성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하위 개념”이라며, 지속가능한 발전은 ‘미래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의 녹색성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한 부분으로 제시된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 이론을 대체해버렸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소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은 경제성장을 무한정 허용하지 않는 반면, 녹색성장과 생태적 근대화는 전통적 성장주의 이론의 변형에 가깝다”고 주장하며 ‘녹색’이 ‘신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보조수단’으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안 소장은 “‘녹색’이 가지는 핵심요소는 기본적으로 절약하는 것, 버리지 않고 순환시키는 것, 중앙집중 보다는 지역분산인데, 현 정부의 녹색성장이 이 녹색의 핵심요소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B정부의 녹색성장은 성장을 위해 녹색을 포섭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복환 녹색성장위 기획단장은 “우리나라의 녹색성장에 대해 세계적 석학들이 상당히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음에도, 어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부정하려 한다”며 “대부분 구체적 데이터나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 한다기보다 정치적 성향이나 신념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4대강 사업이나 원전처럼 정치적 성향이나 신념, 견해차이로 국민과 국가의 향후 60년 녹색성장을 부정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영선 민주통합당 정책위 환경전문위원은 “정치적 신념 때문에 현 정부의 녹색성장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데이터로 증명하겠다”고 나섰다. 김 위원은 “2010년 우리나라의 환경성과지수는 57점으로 전체 233개국 중 94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녹색성장 정책이 추진되기 전인 2008년(51위)보다 43단계 추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강원도 홍천을 가면 골프장 40여개가 운영 중이고, 40여개가 추가로 건설 중인 상황인데 이런 것들에 대한 사전환경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토론에서 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환경에 대한 선언은 많이 나왔지만 실천, 행동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국민들은 물론 산업계에서도 ‘녹색’에 대한 취지에 동의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우리 국민들의 삶이 불편해져야 녹색성장이 제대로 이뤄진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전기도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되고, 물도 함부로 써선 안 되며, 자동차 사용도 너무 편리하게 해서는 안 되는데 지금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진정한 녹색성장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황진택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사무총장은 “오염배출권 거래제와 같은 제도는 자연을 도구로 생각하는 태도를 굳힌다는 문제가 있다”며 이는 “공동의 희생정신, 즉 환경을 위해 개인적으로 참고 절약하고 줄이는 습관을 정착하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양수길 녹색성장위 위원장이 축사를 전했다. 발제는 구도완 환경사회연구소장, 유복환 녹색성장위 녹색성장기획단장,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이 맡았다. 고철환 전 지속가능발전위원회위원장을 좌장으로 열린 토론에는 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황진택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사무총장,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이홍균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김영선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 장기복 KEI 환경전략연구실장이 패널로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