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욱~” 지퍼열리는 소리다. 차체를 비닐로 둘러싼 장난감같은 파란색의 꼬마자동차다. 승객들은 추위도 잊고 즐거운 모습이다. 공해없는 파란색 붕붕이가 누비는 곳은 국회의사당이다. 겨울 추위에서 승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리 창문 대신 가벼운 비닐로 몸을 감쌌다. 승객들은 지퍼달린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도 마냥 재밌고 신난다.
2010년 2월 세상의 빛을 본 전기자동차가 국회 밥을 먹은 지도 2년이다. 국회는 친환경 녹색성장을 위해 국내 관공서 최초로 14인승 전기자동차를 도입했다. 소음도 나지 않는 심장없는 자동차는 15분마다 국회 방문자센터에서 국회의사당을 오간다. 주로 노약자나 임산부, 어린이의 이동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13명 정원의 4대의 전기자동차가 알려지면서 여름과 방학때는 국회탐방 프로그램의 주역이 됐다.
전기자동차의 운행은 열린 채용의 일환으로 55세 이상의 노년층이 담당한다. 4명의 녹색기사들은 2년여의 운행 경험을 통해 전기차의 성능에도 큰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다. 미세한 모터소리가 들리지만 일반 디젤차나 가솔린보다 소음도 적다. 다만, 방전이 될 수 있어 난방장비 등을 가동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는 평가다.
전기차의 최대 강점은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기차 전문가들에 따르면 연 1만8,000km(일 50km)를 주행 했을 때 휘발유 준중형차(1500cc)가 연간 3.2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반면 전기차는 전기생산 환산분 기준으로 640kg을 배출한다. 전기차 1대 당 일반 승용차 대비 연간 최소 2.5~3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연간 소나무를 1,000그루 심는 것과 같은 효과다.
우리나라는 친환경 녹색성장을 표방하며 ‘그린 카 세계 4대 강국’으로의 도약을 국정과제로 삼아 전기차 보급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회에서도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 ‘친환경상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 등 10여 관련 법률을 통해 전기차 보급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저속 전기차는 2010년 4월부터 일반도로 주행이 가능해졌다. ‘자동차 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서다. 하지만 정부의 보조금 지원시기가 늦어 전기차 상용화가 가속화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전기자동차보급추진팀은 내년에 2500대의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할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공서에 판매될 전기차 가격은 내년 초 결정될 예정이다. 일반 판매는 올해에는 사실상 없고, 2013년쯤에나 가능하다.
전기차 개발전문가는 “배터리 기술과 전기사용량 절감 기술이 향상되면 전기차 비용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한 번의 배터리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야 하고, 차량 가격 중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보다 크게 떨어져야 상용화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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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