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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에 이어 지하철 충돌,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사고 등 최근 인재가 잇따르고 있어 통합된 재난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국민 안전과 관련된 재난·구조 업무를 통합해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방안을 밝히며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안전혁신 마스터플랜도 수립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재학회는 지난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재난안전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여객선 침몰 상황에서 해수부와 해경의 초기대응은 재난안전 분야의 후진국의 전형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년간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소관부처가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여 왔다”며 “통합되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 한 대형 사고에 따른 피해는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최근 열린 ‘재난안전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왼쪽부터) 김형수 한국방재학회 부회장. 박두용 한국안전학회 부회장, 전찬기 한국재난정보학회 회장, 배재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김근영 강남대 교수, 박성재 자연재해저감기술개발 사업단장(좌장), 오윤근 유신 부사장, 원희복 경향신문 기자, 이정수 녹색미래 사무총장, 이승호 고려대 교수 등이 참여해 발표와 토론을 했다.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소방방재청 김계조 방재관리국장은 ‘새로운 국가 재난관리 시스템 구축 운영방안’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과 재난에 대한 국민의 안전욕구가 증대되고 있는 상황인 반면 국가 재난관리 시스템은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뿐만 아니라 부처 간 협조와 현장대응이 미흡하며 형식적인 점검에다 전문성마저 부족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고 재난관리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그 간의 대응 과정을 짚어보고 발견된 문제점이 해소될 수 있도록 재난 조직을 재설계하는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반영해 재난관련법령 정비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소방방재청 김계조 방재관리국장이 새로운 국가 재난관리 시스템 구축 운영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박선주 기자

 

또 그는 재난관리 조직을 강화한 ‘국가안전처’ 신설과 관련 “재난을 유형별로 분류해서 국가안전처 조직을 구성할 필요는 없다”며 “일본 후쿠시마 사태에서도 봤듯 복합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재난, 인적재난, 사회재난 등 유형별로 나누기 보다는 국가가 전체 재난을 치밀하게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면서 사고 발생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난안전교육도 강화해야 한다”며 “초·중·고교 청소년에 대한 재난안전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보육시설·노인복지시설 등 취약 계층 관리자들도 재난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상만 한국방재학회장은 “우리 실정에서 현장 대응기관의 지휘력을 강화하려면 재난안전 기관이 재난 발생 시 어떻게 움직일지를 미리 계획하고 훈련시키는 등 공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가 작든 크든 사고 발생 원인부터 대응 및 수습의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연구해 그 결과물을 통한 교육과 훈련이 이뤄져야 하고 예산도 투입돼야 한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예방과 대비에 많은 투자를 하는 선진국에 비해 후진국들은 당장의 사고 대응과 수습 과정에 신경을 쓰게 된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도 재난관리 측면에서는 후진국”이라며 “예방보다는 수습에만 신경 쓰기 때문에 같은 대형 참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경이 사고 발생 초기에 대응을 못했던 것은 평소 훈련이 부족했다는 방증”이라며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교육과 훈련이 체화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상상황 시 매뉴얼을 찾아 읽는 것이 아니라 반사작용에 의해 자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그는 “재난상황이 일어나기 전에 예방과 대비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평소에 미리 훈련하고 부처 간 네트워크 활성화로 조정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중앙대 송창영 교수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의 역할과 재난안전의 대책 방안에 대해 제안하고 있다. ⓒ박선주 기자

 

중앙대 방재안전과 송창영 교수(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방재안전과 관련한 법령을 잘 정리했지만 지켜지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는 안전정책회의를 신설하고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확정해 지난 2월 7일 시행했다. 재난안전 관리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은 있었지만 안착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송 교수는 “방재·안전·재난관리는 행정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것이다. 국가안전처를 세울 때도 충분한 고민과 계획이 있어야 한다”며 “100년을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재난관리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앙의 권한을 키우기 보다는 사고 현장에서 직접 움직일 수 있도록 지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재난에 따른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위기관리능력을 갖춘 리더가 지휘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현장 대응 경험이나 구조경험이 있는 현장 지휘관들의 권한이 부족하고 중앙의 명령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지하철 충돌사고에 대한 원인으로는 시설물 노후화에 대한 대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건축물을 세울 때 노후화에 대비한 매뉴얼도 준비한다. 우리나라도 사회적 인프라 전반에 대한 기반을 점검하고 정리할 때”라며 “안전과 직결되는 안전장구의 내구연한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안전학회 박두용 부회장은 ‘추세로 본 국가안전관리체계 혁신방안’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규제완화가 지금의 사태를 불러왔다”고 지적하며 “안전은 하루 아침에 정립되는 것이 아닌 만큼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한다.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 위에 책임과 기능이 정확히 분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우리나라의 재난은 순수한 자연재난은 거의 없고 인적재난이 대부분이다”며 “사회가 대형화, 복잡화, 고도화 되면서 재난 발생 위험은 우리가 안고 갈 문제이며 관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사회에서의 위험은 누군가 돈을 벌려고 하는 과정에서 창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안전관리를 하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나 작업 중지 등의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재난정보학회 전찬기 회장은 “재난 안전은 국가 안보와 같은 수준이다. 재난 발생 시에는 부처 간 협조체제가 중요하다”며 “생명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안전에 투자하고 재난 상황에 대비해 미리 훈련하는 것은 낭비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기초질서가 무너지면 사회질서도 무너진다”며 “국민도 원칙과 질서, 양심을 지키는 등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한국방재학회 김형수 부회장이 한국은 재난관리 협업 시스템이 정립되지 않아 재난 발생 시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선주 기자

 

이어 한국방재학회 김형수 부회장(인하대 교수)은 ‘국가재난안전관리체계의 통합과 재난안전교육시스템’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자연재난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사회적 재난은 대부분 예측이 불가능 하다”며 “자연재난과 인적재난을 구분하는 것보다 부처 간 업무관리와 역할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부처가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역할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독일·미국은 중앙정부의 ‘부’ 단위의 단일 기구에서 위기관리와 안전관리, 재난 유형별로 조직과 기능을 구분하지 않고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9.11테러 이후 프랑스와 독일은 재난전담기구를 신설하는 등 국민 보호를 위해 재난관리시스템을 강화했다.

 

일본과 한국은 다양한 기관에서 재난의 종류에 따라 분산관리 하고 있다. 그나마 일본은 재난이 발생하면 모든 재난정보에 대한 창구를 ‘소방청’으로 단일화해 중앙정부의 정보력을 높여 재난 대응의 신속성을 극대화 한다. 문제는 한국이다.

 

김 부회장은 “한국은 위기관리 계획 수립만 있을 뿐 정보 취합과 부처조정업무, 대응팀이 부재한 실정”이라며 “또 재난의 분산관리 방식과 부처 간 재난관리 협업 시스템이 정립되지 않아 재난 발생 시 많은 혼란과 예산, 인력을 소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재난의 종류에 따라 접근하는 분산관리 방식을 취하면서 재난의 종류에 따라 책임기관이 달라서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그런 만큼 통합된 재난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부처 간 재난관리 협업체계를 구축해 재난발생 시 유기적 대응을 통한 전문화·신속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국민보호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국가의 안전관리 문제점을 해소하고 해당 부처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재난관리업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재난관리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선주 온케이웨더 기자 parkseon@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