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메마른 날씨가 지속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오랫동안 비에 씻겨 내려가지 않고 대기 중에 머물러 있는 많은 오염물질들이 수증기와 흡착돼 발생하는 ‘연무’ 현상이 그 원인이다. 어제(5일) 서울의 최고 미세먼지 농도는 138㎍/㎥(오전 2시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평상시(30~60㎍/㎥)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삼일절이었던 지난 1일엔 올 들어 첫 황사가 관측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황사의 영향으로 오전 1시~6시 백령도 등 서해5도에서는 미세먼지(PM10) 농도가 약 200㎍/㎥을 기록했다. 그밖에 서울 125㎍/㎥(오전 10시 전후 기준) 등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와 남부 일부 지방에서도 황사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평소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대기 중 미세먼지는 천식 등 호흡기계 질병을 악화시키고 폐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일평균 농도가 120㎍/㎥ 이상일 경우 노인·어린이·호흡기질환자·심혈관질환자에게 악영향을 유발한다.
연무와 황사는 봄철 ‘고농도 미세먼지’의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불청객이다. 특히 대기 중 오염물질이 수증기에 달라붙어 발생하는 연무는 때로 황사보다 더 큰 피해를 유발한다. 누런색을 띄는 황사는 알아차리기 쉽지만, 특별한 색 없이 뿌옇게 보이는 연무는 안개·수증기로 착각하기 쉬워 주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겨울에서 봄으로 접어드는 시기엔 연무 현상을 더 주의해야 한다. 얼었던 눈이 녹으면서 대기 중에 수증기가 공급돼 연무 현상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 지난 1월 중순엔 갑자기 날이 풀리면서 일주일 가량 지속된 연무 현상으로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평소의 2~4배인 93~155㎍/㎥를 기록하기도 했다.
연무의 원인이 되는 오염물질은 가정의 난방과 취사,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매연 등 대부분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함유 성분도 염소, 질산, 황산, 나트륨 등 화학물질이 대부분이다. 칼슘, 마그네슘 등 자연 토양성분이 많이 함유된 황사와는 다르다. 입자의 크기도 1㎍ 이하로 최대 18㎍인 황사 입자보다 훨씬 작아 폐의 깊은 곳까지 침투한다.
연무와 황사가 심할 경우 시정을 악화시켜 교통사고나 비행기 결항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햇빛을 차단해 광합성이 필요한 식물의 성장을 방해한다. 연무 속에 포함된 산성 물질은 식물 세포를 직접적으로 파괴하는 등 각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신동천 연세대 의대 교수는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 뿐 아니라 동맥경화, 혈전증 등 심혈관질환까지 유발한다”며 “인체에 침투한 미세먼지가 장기적으로 누적되면 혈액의 점도가 끈끈해져 동맥경화처럼 혈관이 막히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 실시간 대기질정보 페이지
한편, 기상청은 올봄 황사 발생일수가 평년(5.2일)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
고서령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