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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문가들이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 사태가 악화된 근본 원인은 일본 고유의 유착문화와 원전안전에 대한 지나치게 낙관적인 생각 때문이었다는 분석을 내 놓았다.
한국원자력학회(회장 장순흥,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산하 후쿠시마위원회는 29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분석’ 중간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보고서는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원인은 원전 안전에 대한 지나치게 낙관적인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결론지었다. 원전 설계·건설·운영 과정에서 지진·쓰나미가 빈발하는 일본의 자연환경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다양한 안전설비를 갖췄으니 중대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이같은 사태 악화를 불러왔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또 일본사회의 집단주의 문화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문화 특성상 자기가 속한 회사의 이익을 위해 부정을 저지르거나 검사 결과를 조작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도쿄전력에서는 후쿠시마 사고 이전부터 원자로 내부 구조물의 균열을 장기간 은폐한 사실이 밝혀지고 데이터 조작 사실이 드러나는 등 회사의 안전문화를 의심할만한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경영진 교체와 사과가 잇따랐지만 근본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그 뿌리가 일본의 특유한 유착문화(Culture of Complicity)에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관료주의가 강한 문화 특성상 원자력안전기반기구(JNES) 등 전문가 조직보다는 전문성이 부족한 관료조직인 원자력안전·보안원이 규제 권한을 갖고 있어 원전사고에 대한 정확한 기술적 판단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번 사고의 교훈으로 ▷국제기준과 조화를 이룰 안전철학·목표·원칙기준 발전 ▷원자력안전위 중심 안전규제 독립성·전문성·효과성 강화 ▷모든 기관 종사자들의 안전문화 습득 ▷안전연구 최상 지식 기반에 둔 의사결정 ▷원전 개발·운영 시 리스크 정보 활용 확대 ▷원자력 안전 국제협력 강화 ▷안전성 향상된 신형원전 개발 ▷원전안전 운영기관 주도적 역할 ▷가동원전 안전성 향상 등 9개 항목을 제시했다.
후쿠시마위원회는 이번 보고서에 대한 외부 의견 수렴 후 오는 10월 말 개최되는 한국원자력학회 추계학술발표회에서 최종보고서를 공개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해 11월 국내 산학연 50여명의 전문가들로 일본 원전 사고가 국내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기 위해 후쿠시마위원회를 발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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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