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 모두 끝난 심야시간에도 불필요한 조명을 사용해 전력을 낭비하는 사업장이 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시민연대는 지난 1일~11일 서울·부산·광주·대구 등 전국 10개 도시의 173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영업시간 외 야간 조명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대상 중 1126개(65%) 사업장이 영업이 끝난 뒤에도 조명을 끄지 않았다고 24일 밝혔다.
그나마 불을 끈 곳(605곳) 중에서도 절반 가량(276곳)은 본래 야간 조명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1차 조사 당시 이들 사업장에 ‘불 좀 꺼주세요’라는 홍보물을 부착하자 조명을 껐다고 연대는 설명했다.
에너지시민연대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야간조명 소등 실천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뒀다. 1차 조사 시 조명을 켜고 있는 사업장에 대해 홍보물을 전달해 절약 실천을 호소한 뒤 다시 동일한 사업장을 방문해 소등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연대 관계자는 “1차 조사시 불을 밝히고 있었던 사업장 세 곳 중 한 곳은 2차 방문시 조명을 끈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적극적인 캠페인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전체적으로 낮은 소등율에도 불구, 정부의 야간조명 사용제한 강제조치 단속 대상이었던 사업장들의 소등율은 월등히 높아 눈길을 끌었다.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고유가 대책의 일환으로 ‘경관 및 옥외조명 사용제한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 금융기관·대기업의 사무용 건물 옥외 야간조명 및 옥외 광고물, 아파트·오피스텔·주상복합 등 경관조명은 밤 12시 이후 소등토록 규정했고, 자동차판매업소·대규모 점포의 경우 영업시간이 끝나면 소등(실내 및 상품진열장 조명 포함)하도록 했다. 강제조치 대상에 포함된 사업장이 소등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50만원에서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 금융기관·대기업의 소등율은 77%(124곳 중 96곳), 자동차 판매업소는 67%(60곳 중 40곳)가 영업시간 외 소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평균 소등율(43%)보다 1.5~1.7배 높은 수치다. 이들 건물과 사업장들의 소등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에너지시민연대는 “지난해 야간조명 사용제한 조치에 따라 간판 조명 등에 일정 시각이 되면 저절로 불이 켜지고 꺼지는 타이머를 설치한 뒤 시간 설정을 변경하지 않아 이처럼 소등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시민연대 정희정 사무처장은 “심야시간대 옥외 조명은 에너지낭비일 뿐 아니라 빛 공해를 일으켜 생태계 교란·지역 거주자 수면 방해 등 환경과 시민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며 “에너지 낭비와 빛공해를 방지하기 위한 지속적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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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