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과 7일 이틀 연속 전력경보 ‘주의’ 단계가 발령되는 등 전력수급 비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주의 단계가 이틀 연속 발령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7일 오후 2시 15분 최대 전력수요사 7426만kW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이틀 동안의 전력수급 비상 상황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2000년대 이후 산업 발전과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난이 심화됐지만 공급 확충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대규모 정전(블랙아웃)’과 최근의 비상상황이 야기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요는 느는 데 공급은 제자리…공급계획도 차질
우리나라 발전설비 용량은 지난 2008년 7249만㎾ 이후 3년간 5% 정도 늘었다. 같은 기간에 전력 최대수요는 15% 이상 증가해 수급 불균형을 보였다. 발전설비 예비율은 2008년 12%에서 지난해 4.1%까지 떨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의 에너지 사용량은 세계 10위, 전력소비량은 세계 9위를 각각 기록했다. 최근 10년 동안 전력소비는 연평균 6.02% 증가했다. 이는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최대 10배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발전소의 추가 건설과 노후설비 개·보수 등 공급을 확충하지 못한 것이 수급 불균형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수립한 제3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기준으로 올해 준공 예정이었지만 지연되거나 취소된 발전설비 용량은 총 448만㎾에 달한다.
올해 준공 예정인 설비는 ▶부곡복합 3호기(50만㎾) ▶서울복합 1·2호기(100만㎾) ▶송도복합 1·2호기(90만㎾) ▶양주복합 1호기(70만㎾) ▶율촌복합 2호기(55만㎾) ▶오성복합(83만㎾) 등이었다. 내년 1월 준공을 목표로 건설중인 오성복합을 제외하면 착공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서울복합화력발전소 1, 2호기는 지역주민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포구로부터 실시계획인가도 받지 못했다. 인천 송도복합화력발전소 1, 2호기와 양주복합화력 1, 2호기 건설계획은 백지화됐다. 지자체 반대와 주민 민원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수급계획에서 제외되면서 없던 일로 마무리됐다.
정부는 기존 수급계획을 변경해 신울산복합(55만kW), 신평택복합(63만kW), 율촌복합 2호기(31만kW) 등 3곳의 가스터빈 설비를 새로 짓기로 했다. 또 내년 폐지 예정인 영남복합 1, 2호기(400MW)와 제주 가스터빈 3호기(55MW), 인천복합 1, 2호기 등을 연장 가동한다. 이를 통해 총 449만kW 규모의 설비용량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전력 당국의 수요 예측 실패…블랙아웃 발생할 뻔
최근의 전력수급 비상 상황은 정부가 수급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전력당국은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지정기간 수요관리’와 ‘주간예고 수요조정’ 등을 통해 필요 전력을 확보한다. 사전에 약정한 업체와 휴가 기간을 조정해 100만~250만kW의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이 ‘지정기간 수요관리’, 하루 전에 미리 약속한 업체의 전력 사용량을 200만kW 정도 줄이는 것이 ‘주간 예고제’다.
당초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27일부터 휴가철이라는 이유로 수요 관리를 일시 해제했다. 각 산업체의 휴가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력 수급에 여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 그러나 이 예상은 빗나갔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오전부터 전력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오후에는 예비전력이 300만kW 이하로 뚝 떨어졌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후 3시경부터 전력수요 자원시장(입찰을 통해 전력을 사고 파는 것으로 전력거래소는 이를 통해 예비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을 통해 135만kW를 확보, 급한 불을 껐다. 전력 수급 예측에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편, 3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는 2020년 연간 전력수요 최대치를 7180만㎾로 예상했었다. 2010년 발표된 제5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전력 예비율은 올해가 고비다. 내년부터는 조금씩 여유가 생기다가 2015년 이후에는 1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 7일 최대 전력량이 7426만㎾를 기록,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올해가 고비’라는 우려가 더 일찍 현실화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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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