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부터 북한강 상류의 의암, 청평댐 일대에서 이상 증식하기 시작한 녹조가 수도권 취수원인 팔당을 지나 잠실대교 인근의 한강까지 확산됐다. 낙동강 중류 지역에서 발생한 녹조는 경북 구미와 칠곡군까지 올라왔다. 낙동강에서는 간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을 지닌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가 검출되는 등 ‘녹차라떼 습격’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남조류인 아나베나(anabeana)의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오스민(geosmin)은 악취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수질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조류 확산이 계속될 경우 이르면 10일 서울지역 한강 본류에 조류주의보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강에 주의보가 발령되면 2008년 7월 이후 5년 만이다.
‘녹차라떼’ 강물…녹조 발생원인 두고 환경부 vs 환경단체 입장 차 극명
녹조 현상은 수온이 높은 여름철, 물의 흐름이 잔잔한 상태일 때 남조류가 대량 증식해 물이 녹색으로 물드는 현상이다. 식물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질소, 인 등의 영양물질이 많이 존재하는 수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즉 녹조의 발생 원인 중 하나는 물 속 인이나 질소 등의 영양물질 농도가 증가하는 부영양화(강·바다·호수 등의 수중생태계에 영양물질이 증가해 조류가 급속히 증식하는 현상)다. 이외에도 폭염과 오염원 유입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다.
이번 녹조의 발생 원인을 두고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민간 환경단체의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환경부는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고 비가 예년보다 적게 온 것을 녹조 발생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녹조 발생을 야기하는 여러 원인 중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수온 상승이 녹조 대량 증식의 주범이라는 입장이다.
녹조는 약 25℃ 전후의 수온에서 빨리 성장한다. 보통 여름철 수온은 27~28℃지만 올해는 폭염으로 수온이 최고 32~34℃까지 오르면서 녹조류가 대량 증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7일 국무회의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돼 발생한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이 녹조 현상의 주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하천학회는 성명을 통해 “녹조현상은 원래 하천이 아닌 호소(湖沼), 즉 고인 물에서 문제가 되는 현상”이라며 “4대강에서 녹조 현상이 이처럼 심각한 이유는 4대강 사업으로 유속이 느려져 하천이 호소의 특성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낙동강 하류에서 발생해 중상류까지 확산된 것은 8개 보 건설에 따른 유속 감소로 체류 시간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8일 성명을 통해 “환경부의 말처럼 폭염이 원인이라면 4대강 사업 이전에 수량이 적었을 때 남조류가 더 창궐했어야 하지만 과거 조류가 대량 증식했다는 보고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녹조 걷어내기·황토 뿌리기 역부족…환경단체 “근본적 대책 내놔야”
수돗물을 팔당·풍납 취수장에서 끌어오는 인천에서는 악취 유발물질인 지오스민의 농도가 기준치 20ng/ℓ를 최대 45배 초과하는 590~850ng/ℓ로 증가했다. 이 물을 받아 처리하는 부평·남동·공촌·수산 등 인천지역 4개 정수장의 지오스민 농도도 최고 32ng/ℓ까지 올라갔다.
문제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황토를 부어 광합성을 하지 못하도록 녹조를 가라앉히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발생 범위가 넓어 역부족이다. 배를 띄워 녹조를 걷어내기도 하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화학물질을 투입하는 것은 수질오염과 생태계 교란 우려 때문에 쓰지 못한다.
환경부는 오는 2015년까지 서울시의 모든 정수장을 비롯한 5개 광역정수장을 고도정수처리 시설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오스민 등 냄새유발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설치되야 하지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37개 정수장 중 이 시설이 설치된 곳은 단 8곳 뿐이다. 서울시 내에는 영등포 정수장만 지난해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도입했다.
환경단체들은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설치한다는 것이 당면한 녹조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아니다.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는 오는 15일까지 일시적으로 소양강댐의 발전방류량을 평소 30㎥/s에서 45㎥/s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녹조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와 서울시가 발전방류량을 늘릴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수량이 많아지고 유속이 빨라지면 녹조 현상이 완화될 수도 있는만큼 그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