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 환경/에너지 > “강이야 녹차라떼야?”

북한강에서 시작된 녹조현상이 한강까지 덮쳤다. 서울시가 관리·운영하고 있는 5개 취수장 중 암사, 구의, 풍납 등 3개 취수장에서 조류주의보 발령기준을 초과한 조류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8일 한 차례 더 수질 검사를 실시한 뒤 또다시 기준치 이상의 조류가 발생할 경우 조류주의보를 발령한다는 방침이다.

조류주의보는 수질 색깔을 녹색으로 바꾸는 원인물질인 클로로필-a가 ㎥당 15㎎ 이상이고 남조류의 세포수가 ㎖당 500cell 이상일 때 내려진다.

조류는 일반적으로 수중에 생육하는 부유식물들이다. 조류의 종류로는 남조류, 규조류, 녹조류 등이 있다. 주로 호수나 저수지 등에서 질소나 인 등 영양물질의 농도가 높아지면 조류가 대량 증식한다.

조류에 주목하는 이유는 대량 번식한 조류가 만들어 내는 물질의 유독성 여부다. 다행히 이번 한강 취수원 3곳에서 발견된 조류는 '아나베나'라는 남조류에서 생성된 '지오스민'이라는 물질이다. 지오스민은 악취를 유발할 뿐 인체에는 해를 주지 않는 무해성 물질이다.

서울시는 이번에 발생한 조류를 정수과정에서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서울의 6개 아리수 정수센터에서는 분말활성탄을 대량으로 투입, 흙냄새를 유발하는 지오스민 농도를 기준치인 20ppt 이하로 유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폭염이 계속되면서 수질이 계속 악화될 경우 현재의 정수처리시스템으로는 지오스민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현재 영등포정수센터에만 있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을 2014년까지 나머지 5개 정수처리시설에도 서둘러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시에서도 식수원인 낙동강 중류 강정고령보 부근에 녹조현상이 발생했다. 녹조현상의 원인 물질이 남조류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로 알려져 상황이 더 심각하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간질환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지난달 초 강정고령보 상류에서 1~3㎞ 떨어져 있는 달성군 매곡과 문산정수장에서 원수조류검사를 한 결과, 세 차례에 걸쳐 냄새를 유발하는 남조류의 일종인 아나베나를 일부 검출했다.

두 정수장은 하루 53만t을 정수해 대구시민 250만 명 중 100만 명에게 식수로 공급한다. 때문에 시는 상류 확산을 우려해 1주일에 1번 수질검사하던 것을 6일부터는 매일 검사하고 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조류를 지표하는 수질성적이 그렇게 높은 정도가 아니고 독성물질이 검출되더라도 고도정수 처리과정을 거치면 모두 걸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전남 지역 역시 녹조 '적신호'다. 국립환경과학원 영산강물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영산강에 내려진 수질예보 '주의' 단계가 11일째 계속되고 있다.

강수량이 적은 데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클로로필-a 농도와 남조류 개체수는 '주의' 발령시 수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소 측은 "영산강은 농업용으로만 쓰고 있고 녹조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비가 내리지 않고, 요즘 같은 폭염이 이어진다면 녹조가 크게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