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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박세아(25)씨는 자타공인 ‘환경사랑 실천가’다. 3층 이하는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하고, 학교에서 발생하는 이면지도 모두 모아 재활용한다. 캔, 플라스틱, 비닐, 종이 등 쓰레기 분리배출에도 열심이다. 하지만 이런 그도 놓치고 있는 점이 있다. 바로 두유, 우유, 주스 등의 용기로 사용되는 ‘종이팩’은 일반 종이와 따로 배출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사실.

 

“종이팩도 종이로 만들어졌으니, 종이 분리수거함에 넣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박씨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이팩과 종이를 함께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폐지와 함께 배출된 종이팩은 재활용되기 힘들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성연주 주무관은 “종이는 물에 녹여서 재활용되는데, 종이팩은 ‘방수코팅’ 처리가 되어 있어 일반 폐지와 함께 물에 용해되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성 주무관은 또 “용해 과정 전에 종이와 종이팩을 분류하는 선별작업을 하지만, 완전 선별이 힘든 만큼 종이팩 재활용률은 낮은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종이팩을 만드는 ‘천연펄프’는 100% 수입에 의존하는 고급 원료다. 한국종이팩자원순환협회 권혁찬 과장은 “종이팩에는 나무를 벌목해서 나오는 펄프 중에서도 가장 좋은 ‘버진펄프(virgin pulp)’가 사용된다”며 “종이팩이 일반 종이보다 월등히 좋은 원료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사용되는 종이팩은 약 70억개. 수입되는 펄프 무게만 6만5000여t에 달한다. 펄프 1kg당 1000원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650억원의 외화가 펄프 수입에 쓰이는 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종이팩을 전량 재활용할 경우 외화 대체효과는 물론 연간 20년생 나무 130만 그루를 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종이팩 재활용률은 전체 소비량의 30%(2009년 기준)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페트병, 캔 등 다른 포장재의 재활용률이 75%에 달하는 데 비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종이팩은 일반 폐지와 별도로 분리 배출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종이팩자원순환협회와 환경부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난해 2월부터 ‘종이팩-화장지 교환 캠페인’을 하고 있다. 종이팩을 따로 모아 주민센터로 가져오면 종이팩 1kg당 친환경(재활용)화장지 1롤로 교환해주는 것이다. 종이팩 1kg은 1000㎖ 용기 기준 35매, 500㎖ 기준 55매, 200㎖ 기준 100매에 해당한다. 현재 전국 지자체 270여곳 중 29곳에서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종이팩-화장지 교환 캠페인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자체는 부산진구다. 지난 5월 한 달간 총 500kg의 종이팩이 수거돼 재활용됐다. 부산진구청 청소행정과 김원정 주무관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폐현수막으로 만든 에코백을 나눠주며 종이팩 재활용 캠페인을 홍보하고 있다. 평소엔 장바구니로 이용할 수 있는 에코백에 종이팩을 담아 오면 화장지로 교환해 준다”고 설명했다.

 

종이팩을 물로 헹구고 펼쳐서 건조하는 등 수고로움에 비하면 화장지 1롤은 적은 보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종이팩 재활용에는 ‘자원절약’과 ‘환경보호’라는 더 큰 가치가 온다. 오늘부터 일반 폐지와 종이팩을 분리해 배출하는 습관으로 환경사랑을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