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 환경/에너지 > 환경운동=반대운동? “희망·대안 제시해야”

박원순 서울시장도 영상 축사를 통해 “30년 전 환경운동이 처음 시작됐을 땐 아무도 이 운동이 중요한지 몰랐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환경운동은 국민 모두가 지지하는 운동이 됐다”며 “과거보다 좋아진 점들도 있지만, 앞으로 환경운동 앞에 다가올 더 큰 과제들에도 훌륭하게 대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 첫날이었던 30일은 ‘한국 환경운동 30년, 앞으로의 과제’를 주제로 환경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지난 30년 성과를 자축함과 동시에, 부족했던 점을 반성하고 앞으로 환경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논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약 3시간 30분간 진행된 행사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환경운동, 공해 문제→지구환경 문제 중심으로 전환”

심포지엄은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의 사회로 시작됐다. 먼저 구도완 환경사회연구소장이 ‘환경운동 30년사’를 주제로 발제했고, 이어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이 ‘환경운동 앞으로의 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 구도완 환경사회연구소장

구도완 소장은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환경운동 변천사를 소개했다. 구 소장은 “1980년대 초 환경운동의 시작은 독재 정권에 대항하는 민주화운동과 맥을 같이 했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1991년 발생한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를 언급하며, “당시 사건이 ‘부도덕한 재벌’ ‘환경 파괴를 하는 재벌’ 등 큰 사회 문제로 번지면서 우리나라에 환경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환경운동은 반핵 운동, 댐 건설 반대 운동 등으로 이어지며, 사람 중심→생태계 중심으로 전환되어 왔다고 소개했다.

구 소장은 “과거의 환경운동은 공해 문제를 주로 다뤘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기후변화·생명·평화 등 지구환경 문제가 주된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환경운동은 풀뿌리 공동체를 중심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생태민주주의’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환경운동 스스로 좋은 점수 주긴 어려워”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에너지 위기, 식량 위기, 기후변화 등 서로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여러 위기들이 한꺼번에 닥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환경운동을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운동이 우리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해 왔고, 어떤 성적표를 가지고 있는가”라며 “그동안 환경운동이 자연 파괴를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위기를 보면 스스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안 소장은 “언젠가부터 환경운동은 ‘반대를 위한 반대 운동’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며 “‘뭘 하려고만 하면 발목을 잡는다’는 낙인이 찍혀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환경운동이 계기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환경운동에 ‘○○반대운동’, ‘○○저지운동’ 같은 이름을 붙이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환경운동은 반대운동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에 대해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의 환경 운동은 국민에게 ‘분노’와 ‘저항’보다는 ‘희망’과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를 위해 안 소장은 ‘환경운동의 마샬플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환경운동의 틀을 새롭게 짜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환경운동을 만들어 가자는 것. 그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운동 중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잘 보고 낡은 것들과는 결별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는 국내 환경문제에 국한되지 말고 국제연대를 통해 세계 환경운동의 전망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환경운동은 부드럽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가야”

이어진 토론에는 이미경 환경재단 사무총장, 송재용 환경부 환경정책실장,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원혜영 국회의원, 염태영 수원시장, 김혜애 녹색교육센터 이사, 임옥상 임옥상미술연구소 대표, 박미경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신홍도 경향신문 선임기자 등이 참여했다.

▲ 토론 중 임옥상미술연구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토론에서 이미경 환경재단 사무총장은 “내가 환경재단 사무총장을 맡게 된 후 ‘환경단체 사람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환경운동은 남성적이고 투쟁적이어야 한다’는 틀에 갖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것을 깰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환경운동은 새로운 시대에 맞게 부드럽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또 “지금까지 환경운동은 선배들의 노력과 헌신 속에 나름대로 높은 평가를 받아 왔지만, 지금 과거와 같은 방식을 고수하면 절대로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환경운동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운동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운동 내부에 있는 사람들부터 변화해야 한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상대와 상황에 맞게 적절한 방식과 기획, 프로그램으로 환경운동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