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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는 그동안 인류의 산업 발전과 에너지의 역사를 지배해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자원 고갈 위기 등 많은 문제점과 과제를 인류에게 남기기도 했다. 화석연료를 대신할 대체에너지의 개발이 세계인의 뜨거운 감자가 된 것도 이때부터다. 화석연료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에너지’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와 함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소위 ‘바이오연료(바이오에탄올·바이오디젤)’다. 옥수수, 사탕수수, 해바라기 씨, 팜유 등 인간이 생산하는 식물로 연료를 만든다는 것이다. 화석연료처럼 매장된 것을 파내 쓰는 게 아니니 고갈될 염려도 없고, 시커먼 배기가스를 내뿜지도 않으니 그야말로 ‘청정에너지’라 할만 했다. 자연히 바이오연료 사용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점차 증가했다. 그러나 이같은 바이오연료 예찬론은 곧 벽에 부딪혔다.

 

 

먼저 ‘친환경’이라는 바이오연료가 역설적으로 열대우림을 파괴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바이오연료의 원료는 농작물이므로, 생산을 위해선 농지가 필요하다. 대규모 농지 마련을 위해 많은 열대우림과 습지가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2월 환경단체인 ‘습지인터내셔널(WI)’의 자료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보르네오섬 사라왁주 열대우림 100만 ha 중 약 35만3000ha가 바이오연료 생산용 기름야자(팜유의 원료) 재배를 위해 농지로 개간됐다. 말레이시아는 전 세계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한 팜유의 40%를 생산하고 있다. 이 단체는 “팜유 생산이 줄지 않는다면, 향후 10년 안에 이 일대 열대우림이 전부 파괴될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의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실린 한 논문도 “바이오연료의 원료인 옥수수·사탕수수 등을 재배하기 위해 열대우림·초원을 농지로 개간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논문은 바이오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화석연료보다 적지만, 바이오연료 수요 증가는 산림 파괴를 불러 온실가스 흡수원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오연료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석유 생산 때의 10배에 이른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금의 ‘녹색 생활’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한 책 <에코의 함정>의 저자 헤더 로저스는 그의 책에서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은 화석연료보다 이산화탄소를 각각 20%, 75% 정도 적게 배출한다. 하지만 바이오연료의 원료 생산을 위해 세계 3대 열대우림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 열대우림 등이 희생돼, 오는 2022년이면 이 숲의 98%가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름야자유 1t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33t이 배출된다”며 “이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인도네시아가 탄소배출국 세계 3위인 원인”이라고도 지적했다.

 

 

반면 바이오연료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하기 위해 바이오연료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마구잡이로 열대우림을 갈아엎는 것을 지양하면서 같은 면적의 토지에서 더 많은 양의 농작물을 생산하는 등 기술개발을 통해 바이오연료의 문제점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원료 생산을 위해 옥수수·사탕수수·팜유 등을 새로 경작하지 말고, 농작 부산물을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OECD 29개국 중 2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몇해 전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은 제2세대 바이오매스로 볏짚, 왕겨 등 농작 부산물에 중점을 둘 것”을 적극 권장했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