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도마리(泊) 원전 3호기(출력 91.2만㎾)가 지난 5일 오후 11시께 전력 생산을 중단했다. 도마리 3호기를 마지막으로 일본의 원자로 50기(폐쇄된 후쿠시마 제 1원전 1~4호기 제외)의 전력 생산이 모두 중단됐다. 침체된 일본 경제가 전력 쇼크로 인해 회복될 수 없는 지경으로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전 세계의 눈이 멈춰선 일본의 원자로에 집중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 후지산케이, 코트라 도쿄 무역관 등 현지 자료원을 근거로 원전 올스톱 사태를 맞은 일본 기업의 현지 표정을 보고했다.
‘절전과 자가발전’ 자구책 마련하는 기업들
일본의 모든 원전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올 여름 일본의 전력공급이 많게는 15%가량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에 산업계는 아연실색하는 모습이다. 이미 전력수요의 상당량을 자기발전으로 충당했던 기업들조차 절전으로 연간 수천만엔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열병합발전(코제너레이션) 방식으로 전력수요의 40%를 충당하는 덴소(Denso)는 단계별로 자가발전을 늘려갈 방침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도요타방직(Toyota Boshoku)의 경우 열병합 시스템으로 총 전력소비량의 10% 정도를 충당하는 동시에 궁여지책으로 소형 발전기를 투입해 피크타임의 전력을 공급할 방침이다.
전력수요의 35%를 열병합발전으로 운영하는 토요타자동직기(Toyota Indus Tries)도 자가 발전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오쿠마(OKUMA)의 경우 2년 전부터 절전체계로 공장을 가동해왔으며 2011년에는 전년대비 20%의 절전을 이뤄낸 전력이 있다. 또한 공장에서도 생산설비 전력소비량 삭감 등을 진행해 전력요금 상승분의 흡수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절전 추가 비용으로 인한 불가피한 원가 상승 등 경영악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절전 더 이상 어렵다’ 절전 포기 기업도 속출
반면 더 이상 절전은 무리라며 절전을 포기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작년에는 휴일을 평일로 옮기는 등 절전에 적극적으로 협력했으나, 비용문제와 근무자 부담 등의 문제로 올 여름에는 절전이 어렵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최근 실적 호조를 보이는 자동차나 스마트폰 관련 중소 부품사들도 “절전은 모처럼의 실적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서비스 업계도 마찬가지다. 간코 푸드서비스(Ganko Food)에서는 작년 여름에는 15% 가량 절전에 성공했으나 “추가 절전을 요구하는 것은 경영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며 영업시간을 줄이는 것 등의 조치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본 GDP 0.6%가 연료비용…산업계 침체·가계소비 감소 우려
일본 정부에서는 원전 제로가 지속될 경우 연료 코스트가 2010년에 비해 3조1000억 엔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약 0.6%에 해당되는 규모다. 이에 따라 전력 9개사의 2012년도 최종 손익이 전년도의 약 1.8배 규모인 2조6765억 엔 적자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3년부터는 늘어난 연료비용이 전력요금의 20~30% 인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도쿄전력은 이미 기업용 전력의 가격을 평균 17% 인상했으며, 가정용도 10% 인상할 계획이다.
기업용 전력 인상에 따라 후지쯔(Fujitsu)의 경우 연간 수십억엔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며 도쿄제철(Tokyo Steel)의 경우에도 8억 엔 정도의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SMBC 닛코 증권에서는 이번 전력사태로 인해 도쿄 전력 관할지역에 소재한 기업의 경상이익은 약 3900억 엔 감소하고 가계소비도 약 3000억 엔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재생 가능 에너지의 보급 확대 및 화력 발전 신설에 최소 10년여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원전제로 체계가 지속되는 한 일본 경제가 입을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기적으로 일본 기업들의 해외생산 및 해외조달 확대 랠리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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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