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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다 데츠나리 ISEP 소장
지난 5일 일본의 50기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이로써 일본은 단 1기의 원자력 발전소도 가동하기 않는 상태가 됐다. 지난해 3.11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脫)원전 사회’를 향한 일본의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된 결과다. 원자력을 주요 발전원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이같은 일본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환경재단은 10일 <원전 없는 미래로: 출구는 자연에너지다>의 저자 이이다 데츠나리 일본 ISEP(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 소장을 초청해 ‘후쿠시마 대재앙, 원전이냐 자연에너지냐’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는 이이다 데츠나리 소장의 주제 강연 뒤 책을 번역한 한승동 한겨레신문 기자와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이 참여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올여름 전력대란 넘기는 것 보다 장기 해법 마련이 더 중요”
데츠나리 소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본 역사를 변화시키는 사건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과거 히로시마 원폭 투하,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방사능 오염을 경험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 원전 사고는 인간이 스스로를 방사능에 오염시켰다는 면에서 굉장한 책임이 따르는 사건이다”며 “과거 방사능 오염 때도 일본 역사는 변화를 겪었었지만, 이번에는 더 미래지향적이고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로 일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굉장히 고조됐다”며 “국민의 65%는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원전을 다시 가동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 그 중 80%는 여름철에 절전을 해서라도 원전 중단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전을 가동하지 않고도 여름을 넘길 수 있는 방법이 실제로 존재하므로 나는 원전 전면 중단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당장 올여름 전력부족을 넘길 수 있는가의 여부는 올해에 국한된 단기적 이야기일 뿐”이라며 “정말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도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대체시켜 나가는 것이고, 그 해답은 자연에너지(재생가능에너지)에 있다”고 주장했다.
“자연에너지, 보급 확대될수록 발전비용 낮아진다”
데츠나리 소장은 “일각에서는 원자력 에너지가 저렴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자력은 시간이 갈수록 비용이 증가하는 에너지”라며 “후쿠시마 사고 같은 피해가 발생할 경우 발생되는 피해액과 보상액을 따져 본다면 경제적 리스크가 매우 큰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반면 풍력·태양광 등으로 대표되는 자연에너지의 경우 보급이 확대될수록 비용은 내려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휴대폰, PC 등이 보급되면 될수록 가격이 내려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에너지도 보급이 확대될수록 비용은 낮아지는 구조”라며 “그렇게 되려면 대규모 공급이 아닌 소규모 분산형으로 공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2050년까지 자연에너지로 완전 전환하자는 시나리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하늘에서 무한대로 쏟아져 내려오는 태양에너지 하나만 예를 들어도 기존의 에너지를 자연 에너지로 100% 대체한다는 게 완전히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소규모 분산형’이 자연에너지 확대의 기본 요건
이이다 데츠나리 소장은 “자연에너지가 100% 구축된 사회를 위해서는 지역자립형 사회 구축이 큰 과제”라고 말했다.
데츠나리 소장은 자연에너지 보급에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 ‘소규모 분산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지역에 거대한 원전을 지어 대량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경우,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평소에 에너지의 가치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게 된다”며 “자연에너지로 대체해 나갈 때는 에너지 생산 거점이 지역 내에 융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이 에너지 설비를 소유하고 있고, 거기에서 나오는 편익·이익도 모두 지역 주민들에게 환원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의 자연에너지 발전 참여에는 반대 의견을 표현했다. 그는 “에너지 수요자들 중심으로 자연에너지가 확산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대기업이 거대 자금을 투입해서 마치 특정 지역에 식민지를 개발하듯 자연에너지를 늘려 간다면, 그런 움직임은 반드시 반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덴마크의 ‘삼소섬’을 예로 들었다. 인구 4000명이 살고 있는 삼소섬에서는 100% 자연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환경에너지 공동체를 만들고,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것까지 모두 지역 사람들이 진행했다는 것이 자연에너지 완전전환 성공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나가노현’의 사례도 덧붙였다. 현재 일본에서 태양광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나가노현은 2050년까지 자연에너지 100% 대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이 지역도 삼소섬과 마찬가지로 지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연에너지를 추진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돈을 출자해 시청 지붕, 지역 주민의 주택 지붕 등에 패널을 설치·공유하면서 태양광에너지 발전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들 이렇게 가까운데 산 넘어 불구경이구나!”
▲ 왼쪽부터 데츠나리 소장, 통역가,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한승동 한겨레신문 기자
강연 후 이어진 토론에서 한승동 한겨레신문 기자와 일부 청중들은 데츠나리 소장에게 ‘원전과 자연에너지에 대한 한국의 분위기는 어떤 것 같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데츠나리 소장은 “이렇게까지 가까운데도 산 넘어 불구경이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일본인들도 지난해 3.11 이전까지는 에너지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원자력이 무엇인지, 방사능이 무엇인지, 일본정부와 전력회사가 얼마나 엉터리로 일을 하고 있는지를 몰랐다. 그랬던 것들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하나 둘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한국인들의 분위기는 지난해 3.11 이전 일본의 분위기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이다 데츠나리 교토대학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했다. ‘원자력 찬성파’였던 그는 고베제강의 원자력부문과 전력중앙연구소에서 10여년간 근무했다. 그러나 1990년대 북유럽의 환경에너지 혁명을 직접 목격한 후 원자력을 버리고 자연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현재는 일본 ISEP(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 소장 겸 자연에너지재단 이사로 활동하며, 자연에너지 정책 확립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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