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일본(후쿠시마 주변 지역)에서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학교 급식을 먹이지도 않고, 야외 체육수업도 시키지 않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주센 아수카(Jusen ASUKA) 일본 도호쿠대 환경과학과 교수가 설명한 현재 일본 후쿠시마 인근 지역의 상황이다. 아수카 교수는 지난 22일 열린 ‘한·일 에너지정책 세미나’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의 상황을 상세히 언급했다.

 

 

아수카 교수는 “지난해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1년이 지났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며 3가지로 정리해 발표했다.

 

먼저 ‘원자력발전소 건물 붕괴 원인’이다. 건물이 지진 때문에 붕괴된 것인지, 쓰나미 때문에 붕괴된 것인지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수는 “지진이 원인으로 밝혀질 경우 지진으로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라 장담했던 일본 정부의 말이 틀린 것이 된다”는 점에서 붕괴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사고 현장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어 원인규명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간 주장의 불일치’다. 일본 정부는 “사고 3일 후인 3월 14일 도쿄전력이 상황을 도저히 컨트롤 할 수 없어 철수하겠다(도망가겠다)고 했지만, 일본 수상이 직접 본사까지 찾아가 철수를 만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철수하겠다는 보고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어느 쪽의 의견이 맞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아수카 교수는 설명했다.

 

세 번째는 ‘방사능 물질의 유해성 논란’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적은 양의 방사선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적은 양도 영향이 크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판단이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다. 아수카 교수는 “후쿠시마 주변 지역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급식을 먹이지도 않고, 야외 체육 수업도 못하게 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며 “그러나 그 누구도 이런 부모들에게 ‘안전하다’고 설득할 만한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방사능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 않는 채소는 아예 팔리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은 54개 원전 중 53개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최근 아사히신문이 설문조사 결과 일본 국민의 57%가 임시 가동중단 기간 이후에도 원전이 다시 가동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수카 교수는 “현재 가동되고 있는 나머지 원전도 5월이면 점검에 들어간다”며 “일본이 올여름을 원전 없이 얼마나 잘 견디느냐에 따라 원전 재가동에 대한 여론이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전을 가동하지 않고도 살만했다며 앞으로 원전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지, 더위를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에 원전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사진> 한·일 에너지정책 세미나 (주센 아수카 교수 발표 자료)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