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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상수(Virtual Water)’라는 낯선 용어가 주목받고 있다.
가상수란 농산물, 식품, 공산품 등이 생산부터 유통 과정을 거쳐 소비될 때까지 필요한 물의 총량을 말한다. 영국 런던대학의 토니 앨런 교수가 1993년 물 부족 사태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제시했다.
독일의 ‘사회생태학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돼지고기 1㎏에는 가상수 5000ℓ가 필요하며 1㎏의 밀·우유에는 각각 가상수 1000ℓ가 쓰인다. 가상수는 식품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A4용지 1장에는 10ℓ의 물이, 면티셔츠 1장에는 4000ℓ의 물이 사용된다. 또한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는 무려 40만ℓ의 물이 들어간다.
가상수는 이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생산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물의 양을 측정해 인간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하는 지를 보여준다. 이렇듯 물은 마시거나 씻을 때만 소비하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 중에 엄청난 양이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직접 보이지 않는 물인 가상수가 중요한 이유는 지역에 따라 쓸 수 있는 수량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물자원이 풍부하다면 물 소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인간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은 매우 제한적이다.
지구에 있는 물의 양은 13억 8600만㎦에 달한다. 이중에서 97.5%가 염분이 들어 있어 사용할 수 없는 바닷물이고 극지방 빙하, 지하수 등을 제외하면 겨우 0.0086%만이 쓸 수 있는 물로 분류된다.
게다가 인구가 증가하면서 물 사용량은 급격히 늘고 있다. 전 세계 인구는 1999년 60억명을 돌파한데 이어 2025년 83억, 2050년에는 100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8개국 3억 4000만명이 충분한 물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고, 2025년에는 52개국의 약 30억명이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가상수 연간 320억㎥ 들여와 세계 5위 수입국
현재 우리나라는 이미 ‘물부족 국가군’에 포함돼 있지만 앞으로도 물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은 높다.
우리나라는 연간 320억㎥의 가상수를 수입해 스리랑카, 일본 등에 이어 세계 5위의 가상수 수입국이다. 최대 수출국인 호주는 연간 640억㎥의 가상수를 수출하고 있다.
우리가 수입하는 식품에는 2007년을 기준으로 총 450억㎥(곡물 316억㎥, 축산물 89억㎥ 등)의 물이 들어있다. 이는 우리나라 모든 ‘물그릇’(다목적 댐, 생공용수 댐, 하구언 댐, 농업용 저수지)을 합한 용량 130억㎥의 3배가 넘는다.
따라서 가상수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고 환경당국이 물과 관련된 정책을 세우는 데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물이 풍부한 국가에서 가상수가 많이 필요한 상품을 만들어 부족한 국가로 수출한다면 그만큼 물이 절약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세계 물 포럼 같은 국제회의에서 가상수를 의제로 다루며 가상수의 국가 간 흐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영국의 물 전문 리서치기관인 GWI에 따르면 세계 물 시장은 2010년 4828억달러에서 2025년 865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물 산업 규모도 지난 2010년 기준으로 약 12조 3000억원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상하수도, 해수담수화 설비부문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건설 등은 이미 해외 상하수도 시장을 활발히 공략하고 있고, 두산중공업은 세계 해수담수화설비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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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