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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비가 남한에서 자취를 감춘 호랑이를 대신해 최상위 포식자로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담비가 모이면 호랑이도 잡는다”는 옛말이 사실임이 입증된 셈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4년 간 무선 위치추적 및 무인 카메라, 배설물을 이용한 먹이 분석 등을 통해 담비의 행동권과 먹이습성을 연구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담비는 족제비과에 속하는 몸 길이 45~60㎝의 잡식성 동물로 환경부가 2급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연구결과 담비는 대형동물을 연중 사냥하는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이자 넓은 행동권을 지닌 우산종(Umbrella species)으로서 생태계 보전에 활용 가치가 큰 동물임이 밝혀졌다. 우산종은 행동권이 큰 동물의 서식지 보전을 통해 공간 내 다른 종도 함께 보호해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게 된다는 개념이다.
담비의 배설물(414점)을 통한 먹이분석 결과, 담비는 농민과 마찰을 빚는 주요 동물들의 천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멧돼지·고라니 등의 대형포유류가 먹이의 8.5%를 차지하며 이는 담비 1무리(3마리)가 연간 고라니(성체) 또는 멧돼지(새끼) 9마리를 사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일 종으로는 잣, 호두, 밤 등 고소득 견과류에 피해를 주는 청설모가 먹이의 5.7%로 가장 많았고, 이는 담비 1무리가 연중 75마리의 청설모를 사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더불어 양봉에 피해를 많이 주는 말벌이 전체 먹이의 2.4%를 차지했다.
전체적으로 청설모, 다람쥐, 멧토끼, 두더지, 말벌 등 동물성 먹이가 50.6％, 다래 버찌 머루 감 등 식물성 먹이가 49.4％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선추적결과로는 담비의 행동권이 22.3~59.1㎢로 매우 넓어 생태계의 우산종(Umbrella species)으로서 가치가 큰 것으로 기대됐다.
담비는 멧돼지(5.1㎢), 삵(3.7㎢), 오소리(1.2㎢), 너구리(0.8㎢) 등의 행동권에 비해 10~20배 가량 컸으며 어미로부터 독립한 새끼는 40km 이상 멀리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호지역의 설정, 생태축 복원, 생태통로 조성 등에 활용 가치가 크다.
또한 담비는 국립공원 등의 탐방객 관리 정책에도 활용 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됐다. 활동의 92.7%가 낮 시간인 6시~19시 사이에 이뤄지며 이동과 영역표시는 능선부의 오솔길을 이용해 다른 야생동물 보다 등산객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따라서 이러한 활동특성을 이용해 보호지역 내의 탐방객과 탐방로의 적정 인원수, 개방 기간 등의 기준 설정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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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