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 환경/에너지 > 친환경제품도 ‘진짜’와 ‘가짜’가 있다?

그린워싱은 green과 white washing(세탁)의 합성어다. 기업들이 실제로는 친환경경영과 거리가 있으면서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제지업체의 경우 벌목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파괴는 공개하지 않고, 특정 부문에만 초점을 맞춰 친환경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국내의 소비자 인식조사결과를 보면 친환경제품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다. 환경부 국민의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53%가 ‘일반 상품에 비해 비싸더라도 친환경 상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73%는 일반 상품보다 비싸더라도 친환경 상품을 구매하겠다고 대답했다.

2010년 제일기획의 조사에서도 응답자 77.3%가 ‘같은 조건이라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실제 친환경 상품 구매율은 매우 미미하다. KT 녹색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97.8%가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지만 실제로 환경성을 고려해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는 4.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소비자들조차 실제 구매행동에서는 구매의사와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구매실적이 저조한 이유로는 ‘친환경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비싸다’라는 편견 때문이다. 제일기획 보고서에 따르면 녹색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로 ‘가격이 비싸서’가 62.3%를 차지했다. 또한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의심도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친환경 제품이 주는 이익에 대해 의심하는 소비자는 33%에 달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올바르지 못한 정보 전달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친환경 제품 중 상당수가 그린워싱 제품이지만 친환경 제품으로 둔갑돼 시중에 판매됐다. 2010년 한국소비자원 조사결과(녹색표시 상품, 녹색상품 광고)에 따르면 녹색 관련 표시를 한 상품 621개 중 절반가량인 50.2%(74개)가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광고 103개를 대상으로 적정성을 평가한 결과에서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는 28.2%(29개)에 불과하고 71.8%(74개)나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부 역시 지난 2006~2010년 친환경 인증품이 아닌데도 친환경농산물 표시를 하거나 광고하는 행위로 적발된 농산물이 9358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적발된 예로는 불법 제조된 양파즙을 인터넷을 통해 친환경 유황 양파즙으로 선전해 아토피, 각종 암, 백혈병, 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허위 광고했다. 또 유기농 관련 화장품이 늘어나는 가운데 ‘유기농 화장품’으로 허위 광고해 시중에 유통하다 적발된 경우도 많았다.

유기농 화장품이란 내용물의 전체 성분 중 95% 이상 천연원료를 사용하고 그중 유기농 원료가 10% 이상 함유된 화장품을 뜻한다. 혹은 물과 소금을 제외한 전체 구성 성분 중 70% 이상이 유기농 원료로 구성돼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환경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에 의거해 사전 차단을 하고 있지만 전문기관과의 협의·분석 없이 자체적으로 심사가 이뤄져 효과가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환경부의 ‘녹색기업 지정제도’처럼 국가차원에서 기업의 ‘친환경’에 대한 표시·광고를 평가할 수 있는 기관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적발 업체들은 단속이나 적발이 미흡해 몰랐다고 발뺌하거나 기준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항변한다. 인증 취소 처분을 받더라도 1년이 지나면 재인증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알면서도 무시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연방거래위원회의 환경마케팅지침을 통해 ‘친환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려면 ‘과학적이고 합리적 증거’, ‘뒷받침 가능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 역시 환경식품농촌부의 녹색주장 가이드라인을 통해 ‘환경성 주장’에 대한 입증, ‘표준에 기반’, ‘정확성이 확인된 정보를 뒷받침’해야 한다.

▲ 지난해 12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실시한 ‘녹색소비와 그린워싱’ 세미나

이와 관련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해 12월 ‘녹색소비와 그린워싱’을 주제로 주부모니터링단에 대한 교육 및 세미나를 실시했다.

더에코의 양인목 대표는 “녹색제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사회적 가치와 개인적 이익을 연결해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양 대표는 “구체적 정보를 제품에 명시함으로써 소비자가 품질과 가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이때 올바르지 못한 정보를 배제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적 인증단체인 UL이 미국과 캐나다 지역의 34개 매장, 5296개의 녹색 제품을 조사한 결과 95% 이상이 ‘그린워싱이 저지르는 일곱 가지 죄악’ 중 최소 하나 이상을 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워싱의 7가지 죄악은 ▶단점을 숨기는 죄 ▶증거 없이 주장하는 죄 ▶모호성의 죄 ▶무관함의 죄 ▶더 작은 악을 강조하는 죄 ▶기만죄 ▶허위 표시를 숭배하는 죄 등이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