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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제1회) 구미 국제 물 산업 컨퍼런스 및 전시회’가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구미코에서 열렸다.
 
국토교통부와 경상북도·경주시·구미시 등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는 ‘국제 빗물산업 학술대회’와 ‘환경 사진전’, ‘빗물창의 경진대회 수상작 전시회’를 비롯해 ‘대경지역 물 산업 진흥을 위한 심포지엄’ 등이 함께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물과 도시를 주제로 국내·외 관계자 및 물 관련 학회·기업 등이 참가했다.

 

2일 열린 ‘국제 빗물산업 학술대회’는 빗물학회, 구미미래발전포럼, 날씨뉴스 전문 매체 온케이웨더 등이 공동 주관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버려지는 빗물을 이용해 빗물산업을 활성화시키고 무탄소 에너지원이기도 한 빗물의 활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발표에 나선 서울대 한무영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빗물확회 회장)는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물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며 “빗물활용을 늘린다면 물 부족 현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연 평균 강수량은 약 1300㎜이다. 하지만 빗물활용도는 10%대로 매우 낮다. 그는 “저비용 에너지인 빗물을 활용할 경우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희망도 높아지는데, 수자원계획에 빗물분야가 항상 빠져 있어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 서울대 한무영 교수(빗물학회 회장)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선주 기자

 

그는 “빗물은 모든 수자원의 근원이자 가장 안전한 물”이라며 “대기가 오염됐다 할지라도 비가 내릴 때 그 물의 산성도는 10~20ppm 정도이다. 다만 점차 빗물의 이동거리가 늘면서 오염도가 증가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여름에 홍수가 나면 빗물을 빨리 없애기 위해 돈을 쓰고 가뭄이 들면 물이 없어 쩔쩔맨다. 또 산불이 나면 헬기를 이용해 멀리서 물을 나르느라 초동진화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며 “이 같은 상황이 매년 반복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모든 것이 빗물을 자원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비가 모든 지역에 고르게 내리는 것처럼 빗물관리도 떨어진 자리에서 작은 규모부터 모아서 세차·청소·화장실 용수 등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지혜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 빗물연구센터 모센(Mosen) 연구원은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란의 ‘카나트(Qanat)’에 대해 소개했다.

 

카나트는 지표수 관개가 불가능한 건조 지대에 분포하는 지하 수로식 관개 시설을 말한다. 즉 건조지대에서 지하수를 얻기 위한 지하수로인 셈. 모센 연구원은 “카나트는 3000년 전인 페르시아시대(고대 이란) 때 처음 발명돼 사용했다”며 “산지에 내린 풍부한 강수가 산기슭으로 흘러 스며들었을 때 수직갱을 파서 원우물(元井)을 끌어낸 다음 수평식 지하 수로를 평지까지 연결해 필요한 곳에서 지표로 끌어올린 다음 관개 및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카나트는 30~50m 간격으로 (수직)갱을 파고 각 갱을 연결하는데 갱의 평균 길이는 5~10㎞로 사람이 몸을 구부리고 통과할 정도다.

 

▲ 서울대 빗물연구센터 모센(Mosen) 연구원이 고대 페르시아의 물 관리법인 카나트(Qanat)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선주 기자

 

이어 그는 “카나트는 이 지역에 내리는 연 강수량은 부족하고 물은 필요했기 때문에 증발을 막기 위해 수로를 지하에 건설해 증발을 최대한 막기 위해 고안됐다”며 “카나트는 지하수는 깊이 있는 물까지 모두끌어올리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만, 카나트는 어느 정도의 지하수를 유지시키면서 물의 공급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일부 국가에서는 도시화·산업화의 영향으로 농촌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카나트의 이용도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또 카나트를 개발하고 유지해오던 전문기술자들의 노령화로 카나트의 유지·보수와 이를 계승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모센 연구원은 “카나트는 고대 페르시아에서 시작돼 그 뒤 아라비아 세력권의 확대 및 동서문화 교류로 각 대륙 건조지대에 널리 보급됐다”며 “이 기술을 보존하고 개선한다면 한국의 물 관리에도 적용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 물관리정책과 김상우 팀장은 ‘시민과 함께 만드는 물순환 도시 서울’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빗물마을’을 소개했다.

 

빗물마을은 마을 공간을 계획할 때부터 물순환시스템을 고려한 것이 특징이다. 도로와 녹지 공간에 투수성 포장과 침투형 저류시설 및 빗물받이를 설치하는 것이다. 옥상이나 자투리 공간에는 텃밭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빗물의 활용저변을 넓히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제주도의 ‘촘항’처럼 서울에서도 버려지던 빗물을 모아 조경·청소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저장하기 위한 ‘서울형 촘항’에 대한 디자인공모를 실시하기도 했다.

 

시는 촘항 디자인 공모전뿐만 아니라 물순환개념의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서울시 수도박물관에 ‘빗물 홍보체험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김 팀장은 “이 시설은 빗물관리의 원리를 이해하고, 빗물의 침투 이용 과정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특히 수자원인 빗물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의 한 5층짜리 고시원의 경우 건물 지하에 안 쓰던 상수도저수조를 빗물저장탱크로 전환해 연간 52t의 빗물을 받아 화장실 용수로 이용했다. 그 결과 수도요금이 기존보다 8분의 1가량 줄어든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또 시는 버려지는 빗물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빗물이용 주치의’ 제도를 지난 7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빗물 주치의는 빗물이용시설 설치를 희망하는 시민에게 설치목적에 따른 빗물이용시설의 형태·설치방법·적정용량 등을 상담하고 빗물이용시설의 설치에 대한 경험사례·노하우·주의점 등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 팀장은 “빗물주치의 제도는 시민들의 참여율이 높아 올해는 조기마감 됐다. 내년에는 더 많은 주민들이 빗물을 활용해 혜택을 보고 서울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이 제도를 확대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마찌루 박사가 스미다 빗물 박물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박선주 기자

 

일본 마찌루 박사는 ‘스미다 빗물 박물관 소개’ 발표를 통해 빗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스미다 박물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그는 “스미다시는 일본 도쿄도(東京都)에 속하는 23개의 특별구(特別区) 중 하나”라면서 “스미다시에서는 1982년부터 빗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시작은 1982년에 스미다시에 위치한 대규모의 스모경기장에 관람객이 몰려 물 사용량이 급증했다. 시에서는 이곳에 빗물저장시설을 설치해 연 1000t의 빗물을 저장해 사용했다. 그 결과 연간 200만 엔의 돈이 절약됐다”고 소개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스미다시에서는 빗물저장시설 설치를 조례로 지정하고 있다. 조례에 따르면 시의 공공건물에는 법적으로 빗물 저장탱크 등 빗물 저장시설을 갖춰야 하고 민간 건물도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일 때는 이를 설치해야 한다. 그에 따라 시에서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렇게 시에서 적극적으로 정책마련과 보조금 지원에 나선 결과 현재 226개 건물, 300여 개의 빗물 탱크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 모아지는 빗물의 양은 연간 2만 1150t에 이른다.

 

그에 따르면 스미다시의 빗물관리는 첫 번째로 홍수방지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빗물저장장치를 설치하는데서부터 시작했다. 또 빗물을 모아 수자원으로 사용하고, 지진과 같은 비상시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빗물을 관리했다.

 

마찌루 박사는 “스미다시는 100㎜이상의 강우 일수가 최근 10년간 아주 크게 늘었다”며 “빗물을 모아 홍수를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본에서는 큰 지진이 발생하면 물 공급도 모두 중단되기 때문에 비상사태를 대비해 물을 저장해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빗물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저장했다가 급할 때 가까운 곳에서 용수를 공급받고 있는 것이다.

 

2001년 비영리기관으로 설립된 스미다 빗물 박물관은 매년 7000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간다. 이곳에서는 50여개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마찌루 박사는 “빗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한 만큼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빗물을 직접 체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준비돼 있다”며 “빗물로 끓인 차를 맛보고 빗물을 이용해 식물 가꿔보면서 수돗물 못지 않게 빗물이 깨끗하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창의적 빗물이용 경진대회’를 이끌고 있는 경기 광주고 서은정 교사는 발표를 통해 “물관리의 중요성과 더불어 빗물이용에 대한 관심과 창의 탐구력 향상을 위해 이 경진대회를 시작하게 됐다”며 “일상 속에서 빗물 이용과 수자원을 절약하는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경진대회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장에서는 물 산업 전시관도 운영됐다. 이 곳에서는 낙동강 국제 물 주간을 주관하는 경상북도 물 산업 홍보 주제관, 구미시의 물 관련 정책과 물 산업 홍보를 위한 구미시관, 청소년들을 위한 체험존과 홍보관 등 우리나라 물 산업을 이끌어갈 60여 개의 기업체들의 제품 등이 전시됐다.

 

3일에는 국제물산업 전시회 야외 특설무대에서 ‘제2회 빗물창의 경진대회 시상식’과 ‘제1회 구미 초중고 빗물포스터 경진대회 시상식’이 개최됐다.

 

 ▲ 2일 경북 구미에 위치한 구미코에서 열린 ‘제 1회 국제 빗물산업 학술대회’에서 발표자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 행사 중간에 조선시대 강우량을 측정했던 ‘측우기’에 대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박선주 기자

 

▲ 2013 구미 국제 물 산업 컨퍼런스 및 전시회가 열린 구미코 앞 마당에 환경사진전도 개최됐다. 사진은 낙동강의 모습. ⓒ 박선주 기자

박선주 온케이웨더 기자 parkseon@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