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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공단을 세우거나 직영 방식으로 상하수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공기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10월 입법해 오는 2월 법제처 심사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이르면 오는 6월께 입법 절차가 완료된다.

 

현재 하수처리사업의 54%가량을 민간 기업이 맡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소규모 처리장을 운영하고 있다.

 

개정안은 사업규모와 상관없이 지자체가 공단이나 공사를 설립해 하수처리사업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에도 하루 처리량 1만5000t 이상의 하수처리사업은 지자체에서 직영하거나 공기업에 위탁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규모 하수처리사업까지 공공기관에 위탁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안전행정부와 상하수도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각각 ‘공기업 위탁’과 ‘민간기업 체제 유지’라는 서로 상반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안행부는 하수처리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기업 위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행부에 따르면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은 관련 통계가 거의 없을 만큼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일종의 중간관리자 격인 공단·공사의 체계적인 경영을 통해 경영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와 민간사업자들은 소규모 하수처리를 공기업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며 자칫 부실 지방공기업만 양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거리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하수처리업계는 업계 차원의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하수도의 지방공기업 확대정책 효과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위한 ‘상하수도 지방공기업 확대 바람직한가 대토론회’를 대한상하수도학회가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했다.

 

이날 개회사를 통해 박규홍 대한상하수도학회장은 “상수도와 하수도는 우리 생활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공적 시설기반이다”라며 “경영 전문화가 필요한 분야로 정부부처 간에 소통이 부족해 발생하는 부분이 있어 소통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상하수도사업 공기업 확대…지자체 부담으로 재정악화 우려”
 

 

이날 토론회에서 박규홍 학회장은 ‘상하수도 지방공기업 확대 적용 현안’이란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박 회장은 “세계화의 급격한 진전으로 시장경제와 지방화 추세가 강화되는 행정환경이 되고 있다”며 “시대가 변하면서 정부역할도 변하고 있다. 민간경영기법을 활용한 행정개혁체제의 도입, 민주적·성과지향적인 고객지향 정부의 추구, 지방화·분권화를 전제로 하는 자율화, 다양한 시민조직을 참여시키는 행정체제의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공기업의 하나인 지방직영기업에 대해 “지방직영기업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로 지자체가 직접 사업수행을 위해 공기업특별회계를 설치해 일반회계와 구분해 독립적으로 회계를 운영한다”며 “상·하수도, 공영개발, 지역개발기금 등 조직과 인력은 자치단체 소속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2011년∼2012년 상하수도 지방직영기업의 평가 결과를 보면 지방공기업으로의 변화가 없었던 상수도 사업의 경우(115개) 일부 수익성 개선으로 현금유입 증가, 지속적 차입금 상환으로 부채가 감소했다. 또한 급수보급율 확대 및 시설개량 등으로 가동성 자산도 증가했다”며 “이에 비해 하수도 사업은(2011년 82개→2012년 85개) 직영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지자체 증가와 하수처리장 신설 및 확충 등 지속적 시설투자에 따라 자산·부채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며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지방재정의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안행부의 지방공기업법 개정 입법안 중 제 76조 공단설립·운영 부문에서는 ‘사업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지자체가 ‘위탁·대행’을 위해 지방공단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지방공기업은 독립채산을 원칙으로 하지만 상하수도 사업은 재정자립 및 비용회수가 불가능한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공기업 대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특히 하수도 사업은 지자체가 직접 하수도시설을 설치·관리해 하수를 적정하게 처리할 책임이 있으며 빗물이나 지하수 등 사용자가 없는 하수까지 처리해야 할 책임이 있어 독립채산 원칙적용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독립채산 원칙이란? 지방공기업 경영에 필요한 경비는 타회계부담금을 제외하고는 당해 공기업경영에 수반한 수입(요금)에 의해 충당해야 함을 의미한다. 조세부담 등에 의해 충당해야 할 경비는 당해 회계에서 부담해야 함을 뜻한다.

 

이어 그는 ‘위탁·대행’을 위해 공단 설립을 명시하는 것은 민간 참여를 제한할 우려가 있으며, 하수처리장 운영은 민간 경제활동 영역임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이미 민간위탁 중인 하수처리장의 경우 지방공기업 전환의 필요성이 더 높은 것인지 공공부문에 민간의 경영원리를 도입하려 했던 원래의 지방공기업 취지를 살릴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윤주환 고려대 교수의 ‘한국 물소비자의 물 공급 입장에서 평가한 물관리 거버넌스의 문제점과 전망’을 주제로 한 발표가 이어졌다.

 

지난 2012년 상하수도 사업으로 인한 지방공기업의 적자는 하수분야 1조 1383억 원, 상수분야 531억 원으로 지자체 예산 3098억 원이 지원 됐지만 여전히 9228억 원에 달하고 있다.

 

윤 교수는 “대한민국은 압축경제 성장으로 인해 수자원-상수-하수로 구분돼 환경관리는 환경부, 요금체계는 지자체에 위임하는 등 통합적 관리가 없는 하도급형 행정구조로 인해 세계 경제 14위의 국가위상에 걸맞지 않게 상하수도사업 규모가 부도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물 소비자는 국민과 기업임을 강조했다. “국민과 기업은 물 소비자로써 그 역할이 분명하다. 하지만 물 공급·관리자는 공기업·공기관, 환경부·안행부·국토부 등 정부기관, 민간위탁운영자 등의 여러 분야의 영역이 공존해 구조가 복잡한 상황”이라며 “그러다보니 해결주체의 의지박약, 부처이기주의, 지자체장의 무관심, NGO의 과도한 간섭 등 부정적인 면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윤 교수는 물 관리 거버넌스 재구축, 상·하수 요금 현실화, 구조조정 등을 해결방안으로 꼽았다. 그는 “물 관리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분야별 책임기관을 두고 지자체의 상·하수 적자 부서를 분리 및 통합해야한다”며 “총괄 리딩 부서(컨트롤 타워)가 주요 정책을 관리하거나 물 관리처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환경부·안행부·국토부·농림부 중 물 관리 정책 총괄 부서를 선정해 경제규모에 걸맞는 행정체계를 만들 시기”라며 “지금과 같은 ‘협의체’ 형태는 현재의 대통령제 하에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주제발표를 맡은 문현주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실장은 “정책목적의 성과 촉진을 위해 물자원의 합리적인 이용과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관련 성과에 대한 유인체계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상수원 보호, 오염총량저감 할당, 물 절약 재이용 정책의 추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 후 토론에는 현인환 단국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최승일 고려대 부총장, 김영철 안전행정부 공기업과장, 황석태 환경부 수도정책과장, 류성호 뉴엔텍(주) 대표,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 윤경준 한성대 교수, 이주언 법무법인JP 변호사 등이 참여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

 

신정아 온케이웨더 기자 jungah63@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