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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전북 고창의 한 오리농가에서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의심되는 신고가 접수돼 오리 2만여 마리가 살처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AI는 닭과 오리 등 조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전염 속도가 빠르고 폐사율이 높은 제1종 가축 전염병으로 분류된다. 이는 지난 2011년 5월 경기 연천군에서 발생한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게다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H5N8형은 야생철새로부터 유입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방역 강화를 위해 철새도래지 출입 금지, 먹이주기 금지 등의 대책이 나왔고 전북 김제시에서는 폭음기로 철새를 쫓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같이 AI의 주범으로 확인 되면서 철새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계절이 바뀔 때 떠나고 또 찾아오는 귀한 손님 겨울철새. 하지만 개발과 환경파괴가 이러한 풍경을 점점 사라지게 하고 있다. 과연 철새를 위기에 빠뜨린 것은 무엇일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세계 8대 철새이동경로 가운데 동아시아·대양주 경로를 통해 이동하는 물새들이 수와 비율 면에서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해 연안이 가장 우려되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서해안에 많이 형성된 갯벌은 물새들이 번식지와 월동지 사이를 장거리 비행하던 중 지친 날개를 쉬면서 떨어진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중간 기착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의 연안 매립으로 갯벌들이 파괴당하면서 철새들의 휴식지도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이에 따라 시베리아·동아시아·오세아니아대륙을 잇는 이 경로를 이용하는 물새들이 해마다 5~9%씩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철새 서식지 파괴는 서해 연안뿐만 아니다. 내륙에서도 강이나 습지가 개발되면서 철새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경을 넘어오는 철새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시화호 주변은 고방오리·쇠오리 등 겨울 철새들이 찾아오는 풍경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개체수가 매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러시아 접경지대의 개발로 인한 습지면적 감소도 원인으로 꼽힌다.

 

 

 

갯벌과 서식지 훼손뿐 아니라 지구온난화 역시 철새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매년 철새축제가 열리는 군산에서는 지난 2012년 철새가 늦게 나타나 개최일이 미뤄지기도 했다.

 

군산뿐 아니라 국립공원관리공단 철새연구센터의 2011년 보고에 따르면 홍도 지역의 봄철 철새 이동시기를 분석한 결과 13종의 조류 이동시기가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검은 딱새와 되새는 최대 16일이나 이동시기가 늦어졌는데, 이는 기온변화에 맞추지 못한 이상행동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었던 철새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물꿩’이라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열대성 조류가 경남 우포늪에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원래 서식지보다 더 북상한 것으로 추정됐다.

 

환경부 조사 결과 국내 겨울 철새는 지난 2009년 이후 절반 가까이 줄었으며, 특히 개체 수가 가장 많은 가창오리는 ⅓ 수준으로 급감했다.

신정아 온케이웨더 기자 jungah63@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