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린이 캐나다로 빠져나갔다. 뉴욕시민 등은 공포에서 벗어났지만 피해는 크다．
22명이 사망하고 70억달러의 손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당초 예상했던 140억달러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7월말 발생한 집중호우에 속수무책 피해를 당한 국내의 상황과 비교된다. 국내는 피해를 제대로 방지하지 못한 책임여부를 두고 후폭풍이 거셌다. 대표적인 예로 침수피해가 컸던 서초구는 산림청에서 보낸 문자 메시지를 받았는가, 아닌가를 두고 설전이 오갔다.
26년만의 허리케인을 대하는 미국의 모습은 이와 다르다. 미국은 관련 기관 사이에 전달문제를 두고 옥신각신할 필요가 없었다．시간대 별 미국의 대응 모습을 가상으로 묘사해봤다.
8월 27일, 위성사진을 보던 미국해양기상청 예보관의 얼굴이 굳어졌다. 대형 허리케인이 북상하고 있었다. 그것도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동부를 향하고 있었다.
그는 바로 허리케인 경보를 언론매체에 전달했다. “3급 허리케인이 북상하고 있습니다. 이틀 후 미국 동부를 강타할 예정입니다.”
미국 해양기상청에서 발표한 경보문은 몇 초도 채 지나지 않아 미국 전역에 보도됐다. 메사추세츠 마서스 비디어드 성에서 휴가를 즐기던 오바마 대통령의 귀에도 이 소식이 들어갔다.
그는 휴가지에서 바로 공식성명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길고 긴 72시간이 될 것이다”며 국민들에게 만반의 대비를 갖추라고 조언한 뒤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있는 워싱턴DC로 바삐 돌아갔다.
그의 책상 위에는 자연재해 피해 분석업체인 커넥스 애널리스사에서 분석한 아일린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규모에 관한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커넥스 측은 14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보험업계가 보상할 수 있는 금액은 30억 달러로 사분의 일 수준이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그는 바로 9개 주(뉴욕 뉴저지 버지니아 메릴랜드 노스캐롤라이나 뉴햄프
셔 로드아일랜드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등에 연방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국가기관들도 민첩하게 움직였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기상예보를 듣곤 바로 허리케인 북상 경로에 거주하는 주민 230여만 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또 18개 재해긴급대응팀을 피해 지역에 급파했다.
미 적십자사는 허리케인 북상 경로에 있는 6개 주에서 주민 1만3000여 명이 임시대피소로 피신했지만 대피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추가로 대피소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국방부도 바쁘게 움직였다. 주 방위군 10만1000명을 긴급 구조 및 피해 복구에 투입하기로 했으며 현역 군인 6500명에게 출동 대기 명령을 내렸다.
뉴저지와 코네티컷 해안 지역에서 가동 중인 원전들은 강풍과 폭우로 발생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발전 용량을 낮췄다
28일 미국 해양기상청의 예보대로 에이린이 동부에 찾아왔다. 그러나 피해는 애초 예상된 것보다 적었다. 키네틱 어낼러시스에 따르면 8월 29일 기준으로 70억 달러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미국의 인명피해는 22명이다. 한국은 7월 말 호우로 63명이 사망했다.
크롬포트 기상청 기상선진화단장은 “한국은 비가 땅에 떨어지기 전엔 모든 것을 기상청이, 떨어진 후에는 국토해양부가 책임지는 형태다”며 “예보와 대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원스톱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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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원 기자 
